'도산서원과 백암온천'
서울 성북구 길음동 류 경 산
오래전 안동시에 있는 사령부에서 군복무를 하며 자주 시내를 나갔다. 안동은
양반집 개가 도로에 나오면, 자동차도 비켜 간다고 할 정도로 양반 댁도 많다. ‘
안동’이라면 양반, 선비, 종가를 떠올리는데, 그 이유는 조선시대를 풍미했던
유교가 남긴 문화유산 때문이다.
“안동에는 산이 많고, 인재가 많고, 서원이 많다”라는 말처럼 ‘산, 인재,
서원’을 안동의 삼다(三多)라 한다.
여러 해전 친구가 “퇴계선생의 ‘도산서원’과 ‘하회마을’을 가보자”고
제안해서 갔었다. 도산서원과 하회마을은 군복무를 하면서도 몇 번 간적이 있다.
퇴계선생이 학문에만 전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처가로부터 재산상속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퇴계는 벼슬을 멀리하고, 학문에 매진하며 후학지도에 열정을 받쳤다. 퇴계가
대유학자이기에 우리나라 화폐에도 나온다. 퇴계의 ‘도산서원’은 선조 때
영의정 류성룡도 문하생이다.
199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류성룡의 고향 안동 ‘하회마을’을 다녀
가서 안동지역이 더 많이 알려졌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경북북부를 여행하면,
요즘도 ‘도산서원’을 방문하곤 한다. 근처에는 민족시인 이육사의 생가도 있다.
울진군에는 송강 정철이 노래한 관동 8경 중 ‘망양정’과 ‘월송정’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아들의 회사 휴양지가 있는 백암온천에 가면서 ‘월송
정’과 ‘망양정’을 방문했다.
백암온천은 지금은 잘 개발되었지만, 일본식 가옥의 시멘트 욕조에서 온천욕을
하던 시절부터 가 보았기에 감회가 서린 곳이다.
포항부터 울진까지 해안도로는 쪽빛바다, 거대한 파도, 모래밭, 소나무 숲
등 바다를 끼고 달린다. 맑고 푸른 망망대해와 하얀 물거품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거나 바닷가 낙조를 보면 환상적이다.
때때로 죽변항이나 후포항에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싱싱한 회 한 접시에 소주
한잔이면 스트레스가 모두 날라 가는 것 같다. 군대 시절을 회상하며 아내와 함
께하는 여행은, 가족의 소중함도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활력소가 아닐까.
퇴계는 내외간의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부부의 예(禮)를 잃지 않아야 한
다”고 강조했다. 부부생활에서 "귀머거리 남편과 눈 먼 아내가 가장 행복하다"
는 속담이 있다.
듣지 않고 보지 않으면 따질 일이 별로 없다는 뜻으로 서로 존중하고, 의사소
통이 막힘없이 원활해지면 금실 좋은 부부가 되리라 믿는다.
‘아버지’란 책의 저자 김정현씨는 “부모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자식도,
이웃도 사랑할 줄 안다고 했다.” 가정이 화목해야 밖에서 비즈니스도 잘 성사
된다. 거래처 손님이나 회사동료, 친척, 또는 친구들과 대화 중 어려운 일이
생겨도 다투지 말고, 웃으면서 사랑으로 대화를 하자.
마음이 답답할 때 유교정신의 ‘도산서원’과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백암
온천'을 돌아보고, 부부간 사랑도 돈독하게 만들자. 세상 모든 일의 출발점은
가정이며,
퇴계의 말처럼 부부의 예(禮)를 잃지 않도록 정진하자. 올해에는 중국의 고사
성어 중 '날마다 새롭게 자신을 갈고 닦음'이라는 뜻을 지닌 '일신우일신
(日新又日新)'을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