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문안드립니다. 지난 주말에 북한산 우이령 흙길을 걸었
답니다. 일명 소귀고개로 알려진 우이령은 한국전쟁이전에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과 서울의 우이동 일대를 연결하는 작은 도로였지요.
6.25전쟁때 양주와 파주사람들이 피난길로 이용했던 이 길은 1968년 김신조사건이후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답니다. 그러다가 지난 7월부터 탐방예약제가 실시되었다
네요. ㅎㅎㅎ
우이령 길은 오래전에 마찻길로 생필품과 곡식을 운반하는 길로 사용하였고, 41년만
에 개방이 되었답니다. 만산홍엽의 계절 가을이 짙어가는데 생태적으로 잘 보존된 이
글에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바위산 오봉이 멋지게 자리 잡아 감탄이 저절로 나온답
니다.
한국의 슈베르트라 불리는 이흥렬선생은 우이령길을 배경으로 우리가 즐겨부르는 가
곡 '바위고개'를 일제강점기에 민족의 비운을 표현하며 작사, 작곡을 해서 국민 노래로
부르고 있지요. ㅎㅎㅎ
그럼 즐거운 주말이 되길, 바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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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과 북악산에서 가을을 즐기자 '
류 경 산
일전에 남산 거북이마라톤대회를 갔다. 수많은 인파속에서 소나무 숲을 걷는데 애국
가 가사의 소나무가 생각났다. 남산의 잘 가꾸어진 숲과 붉게 물들어 가는 나무들을 보
니 가을을 느끼기에 너무 좋다.
올해 가을은 오곡백과(五穀百果)가 풍성하다. 가을 들판이 딸네 집보다 낫다는 속담같
이 국민 모두가 풍요로움을 느끼며 부자처럼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북악산
산길을 걸었다.
이 길은 속리산 말티재처럼 많이 굽었지만 4계절 드라이브코스로도 인기가 높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남산과 북악산 정상은 서울의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종묘 등 고궁들과 한강의 유
람선, 63빌딩, 청와대, 국회의사당, 명동성당 등 동서남북을 골고루 볼 수 있다. 특히
남산 정상의 서울타워는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다.
오래 전 북악산자락 성북동 넓은 숲속에 VIP요정이 있었다. 요정 주인이 기증을 해
서 그 자리에 ‘길상사’라는 절을 세웠다. 이 절은 법정스님이 주지로 있다. 사찰이 도
심에 있기에 많은 불자들이 수양하러 자주 방문하는데, 필자도 오랜만에 가보았다.
법정스님은 돌아보지 않으면 삶은 언제나 욕망을 쫓아가게 되어 있다고 했다. 자기
를 돌아보고 자기와 이별할 줄 아는 사람만이 자유롭게 시간의 길을 걸어가는 행복
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누구나 평소에 욕심을 많이 갖고 있을 터인데 가을을 보내며 자신을 되돌아 볼 좋은
말 같다.
북악산 아래 성북동은 40여 곳의 주한대사관저가 있고,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동네이다. 인사동에도 중요한 미술관이 많지만 성북동 간송미술관에는 얼마 전 영화
‘미인도’에서 나온 신윤복의 미인도를 소장하고 있다. 김정희, 김홍도, 장승업 등이
그린 보물급 미술, 서예 작품 등 소중한 자료들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숙정문은 무장공비들의 침투 후 한동안 통행금지를 했었지만, 지금은 개방되어 북
악산의 숨어 있던 비경을 볼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과
인사동에서 삼청동 골목까지 많이 찾는다.
인사동, 가회동, 삼청동, 효자동은 한옥보존지구로 조선시대의 전통 한옥거리를 걸을
수 있다. 삼청공원의 울창한 숲에는 단풍이 들면서 연인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남산과 북악산을 걸으면서 가을을 음미하고 자신을 되돌아보자.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걷기에 좋은 곳
이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삶과 문화를 즐기고 사는 것이 가장 즐겁다.
등산로 쉼터 돌무더기에 앉아 삶의 계획도 세워보고, 붉게 물들어가는 남산 숲길 걸
으면서 몸과 마음을 정리해보자. 우리 모두 자신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방향 감각을
느끼고 있는가, 재미있는가,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아무렇게나 살아 버리기엔 인생은 너무 길다. 우리 모두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1등보다 끝까지 문제없이 느긋하게 완주하며 살자.
중부매일 [오피니언] 아침뜨락 (2009. 10. 00.)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