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 발표

센스 있는 삶

경산2 2012. 4. 28. 09:22

 

      센스 있는 삶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해 12월 중순, 고교 동기 송년모임에서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넌
센스(Nunsense)’ 공연을 보러 갔다. 연말 부부동반이라 특별한 이벤트를 가졌
는데 참석자 모두가 좋아했다. 오래전 이모임의 송년회 때, 예술의 전당 '조용
필‘콘서트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이 뮤지컬은 식중독으로 숨진 동료 수녀들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수녀
5명이 벌이는 이색 공연 속에 ‘포복절도할 개그와 풍자’를 쏟아내는 스토리이
다.

이들은 가톨릭의 엄격한 규율 속에 하느님의 딸이 아닌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수녀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요즘 우리 주변에 웃을 일이 없
었던 때에 함께해서 좋은 사람들과 유쾌하게 웃을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수녀들의 생활을 보고 난 후 성직자들의 절제된 삶과 외로움이 생각난다.
지난해 관람한 ‘원효’ 뮤지컬 속의 스님, 고등학교 동창 중 신부가 된 사람,
대학 후배가 신부가 된 경우, 대학 동창이 회사에 다니다가 뒤늦게 목사가 된
경우,

동료 교사의 딸이 수녀가 된 경우를 보았고 엄격한 규율, 자기 절제 등 성직자들
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 정말 대단함을 느낀다. 그냥 신앙만 갖고 있는 우리들도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나 약자들을 배려하고, 깨끗하고 가치 있게 살도록 노력
해야겠다.

  우리가 살면서 가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나의 재능으로 누군가를 좋게 만
드는 일이다. 한평생 자신의 재능만을 뽐내며 살다 간 사람의 삶은 그다지 가치
있다고 평가받기 힘들다.

재능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 모두를 위해 쓰라고 신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기술자는 좋은 기술로 사회를 발전시키고, 스포츠맨은 사람들에게
쌓인 스트레스 해소를, 뮤지컬 가수는 노래로,

화가는 그림으로 자신이 받은 재능을 세상에 돌려주는 기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그 재능은 비로소 빛이 나며 재능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된
다. 누군가를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만드는 일은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볼만한 가
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필자는 이런 것을 넌센스에서 본 센스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제각각의 ‘달란트’를 갖고 있으며 천재성이 아니면 조그마한 재능이라
도, 또는 조그마한 손재주나 솜씨라도 주셨기에 신은 공평하다. 우리 국민은 재
능과 열정을 가진 국민이다. 지식경제시대에는 땅과 자원보다 창의적 지식이
성쇠를 결정한다. 재능과 열정을 가진 꿈이 있는 사람은 생기가 넘치고 무슨
일에든 적극적이다.

  이제는 세상과 원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 품격을 배워 보자. 중년 이후 화려했던
과거는 잊어버리고, 자식에 대한 투자도 중단하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아야겠다.

오늘이라는 인생의 조각을 성실히 맞추다 보면 큰 바위 얼굴이 될 수 있듯 우리
모두 명품의 삶을 위하여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노력하며 센스 있게 살자.

  겨우내 얼어 있던 생명들이 봄날 비를 맞게 되면 생명의 고동을 울린다고 한
다. 입춘과 우수가 지난 요즘 봄바람이 불어올 것 같고, 우리의 삶도 이처럼
때에 맞게 흘러가면 좋겠다. 우리 모두 행복한 봄을, 그 희망을 기다려보자.

우리의 넉넉한 마음이 있기에 봄도 희망도 싹틀 것 같다. 이것이야 말로 넌센
스가 아니라 ‘센스’ 있는 삶이될 것 같다.

         중부매일 칼럼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1. 03. 02.)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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