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문화와 일기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새 학년이 시작되면 필자는 아이들에게 일기쓰기와 독후감 쓰기를 강조하며 철저하
게 검사하고 지도를 한다. 그 덕분에 학년이 끝날 무렵이면 아이들이 글쓰기 실력이
쑥쑥 늘게 되어 담임으로서 보람도 느끼고 학부모들로부터 기분 좋은 응답도 온다.
글쓰기는 어릴 적부터 기초를 잘 다지고 꾸준히 노력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글쓰기는
어느 분야에 종사하던 꼭 필요하다. 지난 겨울방학에 박물관연수를 받으며 승정원일
기에 대하여 국사편찬위원회의 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왕조시절에도 일기를 매일 작
성하였다는 것을 듣고 보니 국가나 개인이나 일기가 중요함을 다시 느꼈다.
승정원은 지금의 대통령 비서실로 승정원일기는 한 달 단위로 매월 책으로 만든 신속
성과 비밀사항을 포함하여 쓴 한국학 연구의 보물창고이며,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으로 등재되어 있다.
한, 중, 일의 기록유산을 비교해보면 우리가 최고이며, 일본은 문화유산은 많지만 기
록유산이 없고, 중국도 기록유산이 우리보다 적다.
국보로 지정된 승정원일기 중 문화콘텐츠를 열거해보면, 영조 40년 어떤 공무원이
인쇄소를 차려 족보 장사를 하다가 걸린 일이 있고, 도끼를 옆에 놓고 죽음으로 대
신하겠다는 대쪽 같은 상소를 올린 선비도 있다.
그리고 성균관 유생들의 동맹 휴학 기록도 있으며, 요즘처럼 좋은 일이 생기면 턱을
내는 일도 일기에 나온다. 또한 과거 급제자는 명함을 만들어 선배들 집으로 찾아가
3, 5, 7, 9 격일로 고기와 안주를 올렸다니 신고식이 대단한 셈이다.
지금 우리들은 다이나믹 코리아의 DNA와 우리 몸속에 무격신앙의 작두 타는 신기
(神技)가 있다. 월드컵 때의 역동하는 삶의 국민응원과 창의성을 볼 수 있는 동대문
시장의 밀레오레에서는 하루에 2000~3000종의 새로운 패션 옷들이 나온다.
K-POP이란 신기(神技)로 연결된 한류문화가 세계로 널리 퍼지고 있으며,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빠르게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잡스의 신기술은 인문학을 잘 접목한 결과라고
하는데, IT시대를 지나 퓨전시대에 세계를 선도하려면 인문학의 접목이 더욱 절실하다.
우리의 문화콘텐츠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잘 접목되어 한류문화 창조의 시대로 꽃피
우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이야기가 없는 상품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고 했다. 승정원일기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세계인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스토리텔링을 개발하자.
한류문화 창조를 위해서는 남과 다른 생각, 독특한 표현, 튀는 발상, 나만의 색감과 창
의성을 발휘해야한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 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 정해진 천재는 없으며, 남들의 평가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에서 땀 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록이 넘치는 좋은 계절이다. 우리 고유문화를 접목하기 위해서 자연과 문화를 느끼
고 그 속에서 본연의 욕구를 깨닫고 이를 표현해 보자. 조선시대 국가도 일기를 쓰고
기록으로 남겨, 자손들이 참고하여 문화국가가 되었다.
우리 모두 자신의 발전과 창의성을 발휘하기위해 항시 일기를 쓰고, 매일매일 새로운 아
이디어를 추구하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며 살자.
중부매일 칼럼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2. 05. 28.)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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