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 포구에서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10월 중순, 동료교사들과 새로 개통한 수인선 전철을 타고 소래 수산물 축
제에 갔다. 소래포구는 옛날부터 새우젖이
유명하여 김장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새우젓을 구입하고 해산물도 먹을 겸 자주 찾는 곳이다.
포구 앞에 폭이 좁은
협궤열차가 다니던 소래철교는 단골 산책로로 바뀌었다.
두 사람이 겨우 비켜갈 만큼 폭이 좁은 다리 아래로 밀물이 들어오면 서해로
나가서 꽃게며 새우를 잡은 통통배들이 앞 다퉈 들어왔고, 교량 위의 사람들은
만선의 꿈을 이룬 배들을 맞이하며 덩달아 기뻐했다.
별미거리 풍부한 이 포구는 수인선의 중심에 있다. 통통배가 들어오면 사람들
마다 꽃게, 대하, 생선, 조개 등을 한
상자씩 사고, 수인선 열차 안은 주말이면
포구에 나들이 온 분들이 수산물을 구입한 덕분에 갯내음이 물씬 풍긴다.
이렇게
풍성한 바다 내움 때문에 소설가 윤후명은 수인선을 무대로 장편소설
‘협궤열차’를 썼다.
필자의 일행은 어물전을 돌다가
시장기를 느꼈고 맛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
였다. 드럼통 식탁위에 펄펄 뛰는 왕새우, 불타는 조개,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
다는
전어구이, 전어무침을 시켜 시끌벅적하게 먹었다.
기분이 좋아진 일행은 어물전과 갯벌 사이 좁은 통로에서 꽃게나 전어, 새우튀김
등을 사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맛을 보여주겠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간밤에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곱던 단풍잎 몇 장도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나뭇
가지를 떠났다. 초겨울을 맞아 나무와 강변이 어우러진 확 트인 풍경은 답답함을
떨쳐내 주고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며 인생 공부가 된다.
선조들이 지어놓은 강변의 정자에 우수수 낙엽이 몰려와 달빛에 쌓이고, 창가에
비친 별빛과
귀뚜라미 소리 들으면서 꿈, 희망, 삶이란 글자와 씨름을 하다보면
잠을 설치게 한다.
차가운 북풍이 부는 새벽, 니트
카디건과 트렌치 코드를 입고 낙엽을 밟으면서
생각해 본다. 사랑이 없는 인생은 죽음과도 같으며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고
하는데
우리의 삶은 어떤가. 주변의 어렵고 답답한 분들께 사랑을 베풀며 살고
싶다.
낙엽을 밟으며 동트는 햇살과 물안개가 어우러진
풍경을 산책한 후 집으로 돌
아와 아내가 끓여준 된장찌개와 동치미, 깍두기, 김치 한 접시는 가장소박하면
서도 깔끔한 밥상이다. 이런
밥 심에 힘을 얻어서 우리는 세계인들이 부러워
하는 경제대국을 만들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의, 식, 주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덕분
에 자고, 입는 것은 문제가 없고, 소래포구의 전어, 왕새우, 조개, 꽁치 굽는 냄
새를 좋아하듯
이제는 모두들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 전국 어디를 가나 맛있는
먹거리가 풍부하니 정말 좋은 나라이다.
나폴 거리면서
내리는 백색의 눈을 몸으로 맞이하며 뒤돌아보면, 하얀 산과 들
판, 도로, 집들이 반갑게 반겨준다. 하얀 눈을 보니 힘들고 답답했던 삶은
한줄
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지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 덕분 목표를 향하여
전진하게 한다.
우리 모두 답답한 삶의
걷잡을 수 없는 번민과 원망은 멀리하고 귓불이 살가운
미소와 은총 속에 한해를 마무리하자. 새해에는 할퀴고 꼬집힌 상념들을 죄다
툭툭 털어버리고 맑은 동공 가득히 사랑을 심으며 살아야겠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2. 12.
14.)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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