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설계 아카데미
경산 류 시 호/ 시인, 수필가
지난 6월 중순, 세종문화회관에서 '식구를 찾아서'라는 뮤지컬을 보았다. 비 내리
는 고모령 너머 팔현 마을에 박복녀 할머니는 몽이라는 개와 냥이라는 고양이, 꼬
라는 닭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런 박복녀의 집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지화자 할머니는 그 집 주소가 적힌
우편봉투를 보여주며 그 집이 자기 아들의 집이라고 우기며 얹혀산다.
71세의 억척 박복녀 할머니는 10살도 안되어서 딸이 죽고는 말 못하는 짐승들과
함께 긴 세월을 혼자 살아왔다. 개성이 강하고 식탐이 많은 세 짐승과 두 할머니의
대화를 보며 동물을 자식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고령화시대 우리
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지화자 할머니는 후처로 들어간 집에서 만난 아이를 자식으로 기르며 살았으나,
사업이 망하자 요양병원에 6개월치 입원비만 내놓고 아들이 중국으로 이민을 갔다.
자식이 몰래 이민을 가는 것처럼 요즘 젊은이들 노부모 모시기를 싫어한다.
지금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70넘은 두
노인네가 서로 의지하며 사는 것이 현실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퇴직을 하는 요즘, 성북구청과 희망제작소 주관하는 '제2
인생 행복설계 아카데미' 연수에 참여했다. 정년퇴직을 해도 아직 일손을 놓기에
는 아쉬운 분들이 많은데, 자신이 보유한 숙련기술과 전문성을 살려 사회공헌 일
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자는 것이다.
필자처럼 퇴직 준비에 고민이 많은 40~60대 시니어들에게 꿈과 희망, 노후에 잘
사는 방법을 공공기관에서 훌륭한 강사 분들을 모셔와 열과 성의를 다했다.
한국인 평균 수명이 80.1세이고 퇴직 평균 연령은 53세라는 통계를 보면서, 퇴직
후 30년 동안, 활동해야하는 8만~10만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누구나 제2의 인
생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번 40여 시간 연수를 통하여 직장에서 느끼지 못하는 여러가지 정보도 얻고 해야
할 일에 대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의 제2인생은 지역사회에서 사회공헌 활
동이나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활용하여,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통하여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안내와 현장도 방문했다.
덕분에 지역 사회를 위한 공동체 만들기와 여러 가지 사업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재
능을 나눌 수 있는 단체는 어디인지, 선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주변에 있는 아름다
운 가게, 두레생협, 에코생협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필자는 행복설계 수업을 통하여 취미와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고, 재능 나눔, 봉사
활동, 사회적기업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사람은 좋은 일이 있
을 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도파민이란 물질이 작용한다.
또한 친절, 배려 등의 활동을 해도 옥시토신이 생성되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제는
인생의 주역에서 조연으로, 등반가에서 셰르파 역할로 바뀐 것을 인정하고, 재능 나
눔과 친절, 배려 등의 좋은 일로 행복을 찾아야겠다.
처칠은 '우리가 버는 것으로 먹고 살고 우리가 베푸는 것으로 인생을 가꾼다.'는 행
복과 명예로운 삶에 대하여 명언을 남겼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적 뛰어남
과 계급이 아니라 인간관계이다.
이번 연수를 통하여 은퇴와 인생후반부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고, 두 할머니와 동
물간의 뮤지컬을 보면서 자녀에게 기대지 말고 살아야함도 새삼스레 느꼈다. 앞으
로 연수를 받은 분들과 인연이 되어 재능을 나누고, 그동안의 경험과 전문적인 능
력을 발휘하여 사회적기업이나 지역사회에 공헌하면서 살아야겠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3.06.27.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