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 발표

고향 언덕에서

경산2 2013. 8. 11. 06:48

 

   고향 언덕에서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5월 하순, 고향 친지 별세소식에 부랴부랴 고속버스를 탔다. 평소 도타운 정은 없
었지만 고향을 갈 수 있기에 부지런히 나섰다. 고속도로 주변 들판에는 모내기가 한창이
고 곳곳에 이팝꽃과 아카시아 꽃이 여행객을 반겨주고 있다. 지난겨울은 눈도 많이 왔고
추운 날도 많았는데, 추운 기간이 길수록 그 다음해 봄은 꽃들이 더 예쁘고 피는 기간도
긴 것 같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조문을 하고 친지 일가, 형님, 동생들을 만나서 서로 안부도 물었다.
잠시 시간을 내서 몇 년 전 별세한 K약사의 부인을 만났다.  지금은 부인이 약국을 운영하
는데 아들 둘 키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늦은 밤, 대령으로 예편하여 고향에서 정착한 S가 초대를 하여 그의 집으로 갔다. S는 전역
후에도 적극적인 활동과 집안을 깔끔하게 꾸며 중년이후의 삶을 멋지게 보내고 있었다.

  다음날 장례식을 마친 뒤 오랫동안 못 만난 친구Y를 만나려고 구미행 버스를 탔다. Y와
점심을 먹으며 근황도 듣고 담소를 나누다 Y가 예매해준 기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Y와 K 그리고 S는 죽마고우로 필자가 10여 년 전 교사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괴산군 칠성면
소재지 학교로 부임을 했을 때 축하화환을 보내주고 학교까지 찾아와서 격려를 아끼지 않
았던 친구들이다.

  최근에 별세한 고향 친지처럼 주변에 배려와 정을 나누어 주지 못하는 분도 있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멀고
도 긴 삶을 살면서 배려와 나눔 그리고 마음을 나누고 산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진정한 친구를 아킵이라고 불렀는데 ‘내 가슴 가장 깊은 곳에 들어와
도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아킵은 친구 외에도 행운을 의미하고 이집트인들은 친구를
행운만큼 소중히 여겼다. 우리의 삶에서 가족 외에 자신의 가슴 깊은 곳을 보여줄 수 있
는 아킵이 몇 명이나 있을지.  

  자기 주변을 채워주는 사람은 귀한 존재로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한다. 그들은 내 곁에서
아름다운 그늘이 되기 때문이다. 모두들 분주하게 살지만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정(情)과
사랑은 고프게 되어있다. 출세를 하거나 유명인도 따뜻한 말 한마디에 설레고, 따뜻한 손
길에 눈물이 난다고 한다.

  숀 아처 박사는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며 통로라고 했다. 먼저 행복해야 성공도
하고, 부자도 되고, 명예도 얻을 수 있다. 우리 모두 힘들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진솔한 마
음으로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임하자.

하다보면 웃음과 기쁨이 찾아와서 행복해지고, 가정이나 친구 그리고 직장 등에서도 여유
가 생긴다. 친지 장례식을 치루며 아카시아향기 날리는 고향 언덕에 서니 어린 시절이 자
꾸만 떠올랐다.

고향은 답답하고 힘들 때마다 생각나게 하는 묘한 그리움이 있다. 동생과 함께 부모님 산
소에 들렸더니 잊고 지낸 수많은 날들이 회상되고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중년이 넘은 나이가 되어 뒤돌아보니 내 인생에 사랑, 꿈, 도전을 가능케 해준 소중한 인
연들이 많았으며 그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은인들이다. 누구나 연애, 승진, 건강,
창업, 내 집 마련, 출세 등 자신만의 꿈을 향하여 질주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꿈꾸는 삶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누군가와 소중한 인연을 맺고 또 그
인연의 높이도 쌓는다. 우리 모두 매일매일 마주하는 소중한 인연들에게 감사하며 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3. 06. 19.)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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