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 발표

사랑의 유효기간

경산2 2014. 5. 10. 06:48

  사랑의 유효기간

                              경산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오래 전, 미국 영화 ‘러브 스토리’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미국의
명문 부호 배리트 가문의 아들이자 하버드대학에 다니는 올리버 배리트와, 이탈리아
이민가정 출신으로 레드클리프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똑똑한 여성 제니, 둘은 만
나자마자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에 빠졌다.

  첫 눈 내리는 날,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아름다운 두 남녀가 눈싸움을 하는 정경을
보며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꿈을 키웠을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잠시일 뿐 제
니에게 불치의 병이 생겨 그들에게 불행은 너무나 빨리 찾아온다.

이 소설과 영화는 신분 차이를 극복한 두 젊은이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격조 높게 그려 전 세계 젊은이들을 크게 감동시켰다. 사랑의 추억을 지닌 모든 이
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남을 세기의 베스트셀러 에릭 시걸 작가의 러브 스토리
는 지순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간결하게 그린 현대의 고전이다.

이렇게 지고지순( 至高至純)한 사랑도 여자 주인공이 불치의 병으로 끝났기에 오래
기억에 남는 것 아닐까 한다. 최근에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보았다.

사랑을 믿지 않던 무명작가 마크는 믿었던 사랑과 이별 후 그 어떤 사랑도 믿지 않
는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총동원, 사랑에 비판적인 시선을 담은 ‘사랑의 유효기
간은 3년’이라는 소설을 필명으로 집필한다.

마크는 우연히 만나게 된 매력적인 알리스에게 첫눈에 반하고 ‘사랑은 3년 이상 지
속되지 않는다.’던 자신의 사랑학은 뒤로하고 그녀에게 빠져든다. 작가는 책에서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이라하면서 자신의 사랑은 변하지 않기를 갈망한다.

  현실로 돌아와서 보면, 자기들 사랑만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변함없으리라 굳게 믿
지만 몇 년은 고사하고 만난 지 100일도 안되어 깨지는 젊은 커플들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씌운 콩깍지가 벗겨지고 상대방의 장 단 점이 구분되며, 주위의 시
선과 얘기에도 신경이 쓰이게 되고, 무작정 보고 싶고 마냥 함께 있고 싶은 마음도
점차 시들해진다.

  드라마 ‘내 사랑 김삼순’과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주인공들은 “우리가 3년동안 나
눈 키스의 열량은 얼마나 될까? 사랑의 열량 그 에너지는 어디로 간 걸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이런 대사가 있지만 사랑 때문에 아파본 이들은 알 것이다.

사랑은 숨길 수 없다지만 멀어지는 마음 또한 감춰지지 않고, 따라서 사랑이란 오는
순간은 몰라도 가는 시간은 분명하며, 사랑이 식을 때 얼마나 모질고 치사한지를 기
억 할 것이다.

  연인 외엔 눈에 뵈는 게 없는 열정적인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는데 불타는
애정의 시간은 2년 정도이고, 생리적으로만 보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2년을 넘기기
어렵다한다.

최근의 소설과 영화, 드라마에서 사랑의 유효기간을 1년 더 연장하여 3년이라고 나
온다. 그러나 결혼 후 30~40년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것은 사랑보다
정(情)이 아닐까 한다.

  사랑은 욕구와 감정의 조화이며 결혼 후 행복은 부부간 마음의 화합으로부터 생
겨나는 것으로 결혼생활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내가 아닐까 한다. 탈무드에서는
“사람은 정열 때문에 결혼하지만 정열은 결혼보다 오래 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보고, 결혼 후에는 한 눈을 감으라고 하는
가 보다. 부부의 사랑은 흔히 정이라지만, 알고 보면 상대에 대한 이해와 측은지심,
옆에 있어 주는 데 대한 고마움 같은 게 아닐지. 진짜 사랑은 “왜”라고 묻지 않고
“괜찮아” 하는데서 시작 될 것 같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4. 03. 31.)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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