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호 / 정동진행 야간열차 / 詩 류시호
정동진행 야간열차 시 경산 류시호
베이지색 등근모자
초록빛 바다에서
포크송을 즐겼던 우리들
기적(汽笛)을 헤치며 나타날 것 같아
청량리역 4번 홈에서
기다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월이 만든 이마의 주름살
해송(海松)이 숲을 이룬 해안선
함께 걸었던 환상도 아니며
꿈을 만지던 바닷가의 담소
그때의 정동진행 야간열차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때인가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번뇌의 시름 다 떨구어 버리고
수은등이 잠들지 못한 프렛 홈에서
오늘도 정동진행 야간열차를
말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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