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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하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예술가의 집'에 '詩를 사랑하는 서울 낭송회'(S시낭송회)가 황금찬 원로시인과 김광한 유명 DJ 그리고 많은 문학인들을 신년회 겸 낭송회에 초대했다. 예술가의 집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고 아르코예술극장과 아르코미술관 등이 있으며 문화예술가들 산실(産室)에서 문학모임은 의미가 크다.
필자가 참여하는 S시낭송회는 전철역 구내 쉼터나 탑골공원, 한강 유람선 선착장, 청계천, 북서울 꿈의 숲, 인사동, 남산한옥마을, 수락산 천상병공원 등에서 시민들과 함께 문학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 1부는 명시를 낭송하고, 2부는 자작시, 3부는 현장의 시민 중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한 달에 한번 60여회가 되었다. 이번 낭송회는 수도권 외에 부산, 청주, 태백, 천안, 대전 등에서 문인들이 참석 더욱 의미 있는 날이었다.
시낭송은 1987년 방송국에서 시낭송가 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고, 유명 시인들이 1979년 '공간시낭독회'를 창립하여 매월 낭독회를 실시해서 400회가 넘었다. 그 후 1993년 재능시낭송협회가 전국적으로 가장 큰 낭송모임을 운영 중이며, 현재 시낭송 단체는 전국에 30개가 넘지만 외국에는 시낭송가가 별도로 없고 한국에만 있어 아이러니 하다.
S시낭송회는 유명 시인의 시나 본인들이 쓴 자작시를 낭송하고, 중간 중간에 회원들이 오카리나, 하모니카, 기타 연주와 노래, 판소리 공연, 색소폰 연주 등으로 지루하지 않게 분위기도 살리며 아름다운 문화의 자리를 만든다. 프랑스는 문화 국민답게 초등학교시절부터 시를 많이 외우고, 러시아는 군국시대에 시를 많이 외웠다고 하는데, 우리도 중고등시절 시 몇 편 외우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공자는 305수의 시를 즐겨 읊었고, 우리의 선조들도 시간만 나면 시를 쓰고 시를 읊는 낭만을 즐겼다. 시는 삶이 힘들 때 많은 위안을 주며 영혼의 음악으로 다정다감한 목소리는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S시낭송회에 참여하는 문인들은 전문 낭송가보다 아마추어가 많아 낭송하다 원고를 보기도 하고 조금은 서툴기도 하지만 목소리의 억양과 읽는 속도가 달라서 자연스럽고 좋다. 시를 낭송할 때 끊어 읽는 규칙은 없지만 호흡이 길어져 헐떡이지 않을 정도에서 숨을 쉬고, 감정을 드러내야 할 부분에서는 조금 천천히 낭송하면 된다. 회사원, 전업주부, 스님, 교수, 자영업, 예술인, 교사, 문학인 등 다양한 직업인들이 시를 낭송할 때 수줍어 뺨이 붉어지기도 하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고 행복해 보였다. 참석자 모두 실수 한다고 야유나 비하가 없는 그야말로 부드럽고 온화하다.
시는 인류의 모국어이고 자연은 인간의 어머니이며, 신(神)의 언어인 시를 분위기 있게 낭송을 하면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준다. 시인은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쟁이로 어둠에서 빛을 캐내는 존재다. 이처럼 문학은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거울이 되고 시낭송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본성을 일깨워주며 기쁨과 아름다움의 샘이 된다. 시는 행복에 지친 영혼들의 피난처로서 황금찬 원로시인과 S시낭송 회원들이 마로니에 예술가의 집에서의 신년회는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우리 모두 마음이 허전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시 몇 편 낭랑한 목소리로 암송하며 즐거운 삶을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