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의 여행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오랜만에 세종문화화관에서 서울시무용단의 ‘춤으로의 여행’ 공연을 보았다. 이번 무대는 전통 춤부터 다양하게 구성하여 관객들이
보다 쉽게 우리 춤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서울시무용단의 작품들 중 특색 있는 하이라이트 춤을 모아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선보였는데, 대표 레퍼토리작품은 <백조의 호수>, <춤추는 허수아비>, < 신시-태양의 축제> 등이었다.
이 무용단은 한국의 전통적인 풍습인 두레를 모티브로 재창작한 <2014 두레> 중 ‘정춤’, 광복 70주년을 맞아 단군신화를 배경으로 우
리 민족의 역사적 시원을 춤으로 그려냈다. 특히 ‘웅족 여인의 춤’에서는 환웅과 웅녀, 호족장의 3인무가 갈라(Gala) 형식으로 우리
를 유혹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서울시무용단과 국수호 안무가의 합작작품 덕분에 우리 춤의 매력을 더욱 느꼈으며, 단군신화를 배경
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적 출발을 춤으로 풀어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허수아비 춤’ 공연에서는 필자가 1층 앞쪽에 앉은 덕분에 무대 위로 호출되었다. 그리고 허수아비를 춤꾼의 손동작에 따라 번쩍 들고
이동을 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동안 공연장을 여러 번 갔지만 이렇게 호출되어 연기인과 함께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백조의 호수’ 공
연에서는 한국식 백조와 흑조가 춤으로 이어졌고, 춤의 마무리는 연기자들이 항아리로 만든 북을 난타공연으로 보여주었는데 항아리
소리와 더불어 타악무가 관객들을 몰입하게 했다.
요즘 마을학교에서 한국사를 강의하다보면 단군신화가 나온다. 그리스신화, 로마신화 등 나라마다 건국신화가 있지만 우리의 단군신
화를 역사가들이 잘 정립한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일 중요한 신(神)은 제우스(로마 신화에서는 주피터)와 헤라(로마 신화
의 유노)인데, 헤라는 제우스의 누이동생 이며 또한 아내이듯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 신(神)이 웅녀와 결혼하여 단군이 탄생한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 등 4대 문명이 출현한 시기와 비슷한 때 한반도에 단군이 탄생하여 5천년 한민족의 정신
적 지주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 <신시-태양의 축제>공연에서 곰의 자손을 형상화한 웅족 여인의 춤과 대지의 춤은 우리의 얼을 찾아
낸 것 같다.
우리 춤을 통하여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려준 이무용단의 공연은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다. 이처럼 예술가들은 인간의 마음에 고고한 빛
을 보내고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예술적 재능의 끼를 갖고 있다. 영혼의 자유로움을 발휘하는 무용수와 음악가, 연극인, 그리고 예술의
자율성과 독창성을 표현하는 미술가와 디자이너 등 예술가들은 감성과 창조, 열정 등으로 위대한 예술품을 만드는 것 같다.
1974년 창단된 서울시무용단은 ‘한국 창작 춤’의 역사를 쓰는 무용단으로 춤 세계의 고찰(考察)과 정신세계를 잘 반영하였고, 우리나라
춤과 예술, 문화 등의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춤으로 여행’ 공연을 보면서 필자는 이 무용단
이 훌륭한 예술가들로 더욱 발전하여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거듭나길 고대해 본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5. 08. 13.)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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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hms
21 Ungarische Tanze
(Hungarian D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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