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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셰익스피어 김삿갓 / 시인, 수필가 류시호

경산2 2015. 11. 17. 22:02

          중부매일신문 (2015.11.18.)발표

한국의 셰익스피어 김삿갓
[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2015 년 11 월 18 일 (수)

중부매일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10월에 삿갓을 쓴다고 김립(金笠)이라 부르는 조선 후기 방랑시인 난고(蘭皐) 김병연 선생의 시대정신과 문화예술혼을 추모하는 '영월 김삿갓 문화제'에 초대받아 서울지역 문학인들과 함께 관광버스에 올랐다. 이 문화재는 올해가 제18회로 전국의 문인들 200여명이 참석을 했고, 올해 김삿갓 문학상을 수상하는 신달자 시인의 특강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난고 시인의 풍자와 해학의 시향(詩香)에 오색 단풍이 어우러진 산길을 따라 김삿갓 문학관에서 김삿갓 생가터까지 90대 중반의 박영록 강원도 초대 민선도지사와 박선규 영월군 군수, 한국신춘작가협회 한석산회장, 서울시의 공익사업 지원을 받는 시가 흐르는 서울 문학의 김기진 회장 등 문인들이 함께 걸었다.

생가터 가는 길목 전국의 시인들이 쓴 감성의 시들을 전시하여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이 시들을 김삿갓 시인이 살던 계곡 이름을 붙여 '노루목에 부는 바람'이라는 문집을 만들었는데, 필자도 김삿갓 문화제에 어울리는 시 한편을 제출하여 축제의 일원이 됐다.

이곳에는 김삿갓의 묘와 생가를 비롯해 시비와 문학관, 문학의 거리가 조성돼 있고, 문학관 내에는 김삿갓의 친필과 장원급제 시 등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김립선생의 해학과 풍류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조상을 욕되게 하는 글로 장원급제를 했다는 자책감에 22세부터 전국 방방곳곳을 떠돌아다니며 민중의 한과 설움을 해학적으로 읊으며 일세를 풍미했다. 영월군은 김립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관청명칭을 하동면에서 김삿갓면으로 변경했으며, 8년 전에는 전국의 시인 1천300여명을 초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 국내의 김유정문학관, 이효석문학관, 백담사 만해마을, 윤동주문학관, 이문열문학관과 독일의 괴테하우스, 이탈리아 단테의 집 등을 가보았지만, 김삿갓문학관은 영월군청의 각별한 지원으로 자료도 충분하고 잘 정리돼 있다.

김립시집을 편찬한 이응수는 미국의 시인 휘트먼과 일본의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와 함께 19세기 '세계시단의 3대 혁명가'로 높이 평가 했는데 문학의 지식인들은 난고 시인을 한국의 셰익스피어라고 존경하고 있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시인이란 남모르는 고뇌에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탄식과 비명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바뀌도록 입술을 가진 인간' 이라고 했는데 이 명언은 난고 김병연 시인에게 알맞은 표현 같다. 우리 일행은 숙소로 돌아와 작년에 김삿갓 문학상을 받은 홍신선 시인의 특강을 들었고, 전국에서 온 문학인들과 김립의 시 세계를 이야기하며 친교의 시간도 가졌다.

작가란 지성적 인간으로 가장 좋은 사상과 감정, 가치 있는 삶의 기록을 독자들에게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번 김삿갓 문학기행을 통하여 전국의 해타성주(咳唾成珠)같은 시문(詩文)에 재주가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났고, 그분들의 주옥같은 시를 이번에 만든 '노루목에 부는 바람' 이란 문집을 통하여 읽었다. 그리고 이번 축제를 통하여 한국의 셰익스피어 김립 시인의 활동과 문학적 삶을 이해했고, 귀가길 관광버스에 비친 노을을 바라보며 앞으로 문학인으로서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해보는 좋은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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