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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리를 만들자

경산2 2016. 2. 8. 12:12

                                                            설날 명절에 만난 손주 3명 



           아버지의 자리를 만들자
                                                               음성군 대소초등학교 교사 류 시 호


  지난 신정 연휴, 옆 동네에 사는 큰아들내외가 집으로 들어섰다. 아들은 부엌칼을 갈아달라며 2자루를 들고

있었고, 며느리는 선물 꾸러미를 안고 있었다. 안부전화를 자주 하지만, 아들은 문안 인사보다 칼 가는 게 더

중요한가보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숫돌을 끄집어내어 칼을 갈았다. 지난 가을에는 겨울 채비를 하며 베란다 창가에 무청을 엮

어서 걸었고, 에어컨 실외기 위에 채반 걸고리를 마련하여 무말랭이와 풋고추 말림을 하도록 가사를 도왔다. 이

렇게 집안에서 필자 몫의 일이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
 
  자식들이 아기 일적에는, 부부가 도리도리와 곤지곤지 그리고 짝짜쿵 하면서 같이 달래고 키웠다. 도리도리

(道理道理)는 천지만물이 하늘의 도리로 생겼듯 너도 이런 도리로 태어났음을 잊지 말라는 자연의 섭리를 가

르쳤고, 곤지곤지(坤地坤地)는 음양의 조화로 땅의 이치를 깨닫게 했다.


그리고 짝짜쿵(作作弓)은 이치를 깨달았으니 손뼉 치며 춤을 추라고 한다. 우리들 부모들은 아이들 성장교육을

위해 사물의 이치와 섭리를 이렇게 전수했다.  이 땅의 아버지들은 경제적인 지원과 사회인으로 잘 버티도록 평

생 자신의 어깨에 자식을 올려놓고 산다.


자녀라는 큰 짐을 지고 세상을 살아가지만, 자식들이 아버지의 짐을 나눠진다는 일은 불가능 한 것 같다. 작가

김정현은 소설 ‘아버지’에서 “부모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자식도, 이웃도 사랑할 줄 아는 겁니다.”라고 했다.

자녀들이 아버지의 소중함을 잘 느끼고 있을까 궁금하다.


  부모의 할 일이란, 자식이 삶의 경험을 통하여 자기 계발의 주체가 되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들이

그릇이 되도록 돕는 존재이지, 그릇에 담길 내용물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식을 엄하게 가르치는 것은 아빠

들의 자비며, 자녀가 아버지의 엄격함을 오해하지 않도록 깨우쳐 주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다.


   자식들은 “아빠, 자주 전화는 못 드리지만, 항상 감사해요.” 아버지는 자녀에게 "난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이런 대화가 가족 간에 필요하다. 한편, 아내로 부터 “알지? 당신이 내겐 최고야." 이런 한마디를 듣는다면,

아빠들의 설 자리가 확보되는 것 아닐까 한다. 아빠의 말과 행동은 가족 화목의 중요한 포인트다.


  인생여행을 하며, 가족 모두가 무거운 몽근짐을 이고 지고 가고 있다. 요즘 같이 엄동설한에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빈 벌판에 홀로 서 있게 만들지 말고, 가정에서 서로 상처 주지 말자. 오지게 추운 저녁, 아내가 끓

여 낸 시래기 된장국과 밥 한 숟가락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훈훈함을 나누고 싶다.


공부에 지친 자녀들과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은 아빠, 집 안 살림에 힘들어 하는 아내, 모두 함께 서로 손을

내밀어 보자. 함께 모여 먹는 힘이 곧 가족의 힘을 만들고, 아버지 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굴뚝 연기 향 맑게 올라가고, 온 집안에 미소 바이러스가 가득할 것으로 믿는다. 

                         중부매일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0. 01. 26.)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