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상은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 것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늦가을 클래식 축제 ‘사랑하는 그대와 가을 음악회’가 있어 참
석했다.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쉽고 친근한 실내악 곡으로 레퍼토리를
짠 이날 공연에선 직장인, 대학생 등의 갈채와 환호가 쏟아졌다.
바이올린 김현남, 첼로 정광준, 클래식 기타 전승현은 ‘시크릿가든의 <Serenade to spring>곡을 연
주했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창 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
랑은 가득 한걸----’ 이곡은 한경혜가 가사를 입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라는 노래로 부르기 시
작하였고, 곡의 선율도 아름답고 가사도 서정적이어서 봄 보다 가을에 더 잘 어울린다. 이 노래는
김동규도 불러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어서 클래식 기타 전승현이 <카바티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했다. 카바티나는 영화 디
어헌터의 배경음악으로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리얼하게 영상화한 미국영화로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으며 스텐레이 메이어가 작곡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에서 받은 영감을 기타 곡으로 작곡한 타레
가의 명곡으로 많이 알려졌고, 트레몰로 주법이 애잔한 분위기를 낸다. 바이올린 김현남, 첼로 정광준은
헨델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파사칼리아>는 긴장과 이완을 오가는 변주로 향연을 펼쳤다.
헨델의 곡 파사칼리아는 건반악기를 위한 파사칼리아 곡을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해 춤곡으로 편곡
을 했다. 이곡은 힘차고 경쾌한 곡으로 바로크 시대의 웅장한 선율과 낭만스타일의 달콤한 멜로디로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치유한다.
마지막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남, 첼로 정광준, 클래식 기타 전승현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나이트
클럽>을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연주했다. 피아졸라는 탱고음악으로도 유명하다. 작년에 세종
문화회관에서 고상지 밴드가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와 아버지를 추모하며 쓴 ‘안녕 아빠’라는 명곡들
을 연주하여 청중들을 감격하게 했다.
실내악은 주로 크지 않은 홀 안에서 연주되며 소규모 앙상블이다. 잡음 없이 울림이 좋은 실내에서 들
어야 하는 섬세한 음악이다. 실내악은 주인공이 뚜렷하지 않고 모든 악기가 대등한 비중으로 주제를 맡
고 노래를 주고받는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함도 없고 독주자(협연자)의 화려함도 없다. 그렇지만 실내악은 조연이 없어 귀 기울
여보면 거기에 실내악의 매력이 있다. 낙엽이 지면서 허공에 파문을 남기고 세종문화회관의 ‘사랑하는
그대와 가을 음악회’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찬바람이 가슴을 스치고 낙엽이 뒹굴면 누구나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낙엽을 보노라면 마음이 시려져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음악은 침묵의 잔을 채우는 와인과 같고, 상처 난 마음을 치료 해준다는데, 우리 모
두 10월의 어느 멋진 날과 같은 음악을 감상하며 마음을 달래자.
음악을 듣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 것이다. 가을 음악을 통하여 자신에게 휴식을 주면서 만추의 계
절을 아름답게 보냈으면 한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6. 12. 20.) 발표
대구일보 [오피니언] 아침논단 (2016.12.21.)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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