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서 운보의집(청주시 내수읍)과 좌구산 휴양림(증평군) 보강천을 꼭 가보세요.
운보의 집과 좌구산 그리고 보강천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오랜만에 증평읍에 갔다. 오래전 괴산군과 증평군의 학교에서 5년간 근무하였기에 가기 전날부터
가슴이 설렜다. 이번 여행은 증평군 홍성열 군수가 새한국문학회에서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을 하여 인사동 예술인들이 축하하러 갔다.
참석자는 홍군수의 동생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홍성례 시낭송 교수, 시향(詩香)서울낭송 회장 서효륜,
한강문학 이사 김장현 시인, 전 문학의 봄 회장 여현옥 시인과 필자가 함께했다. 홍성열 작가를 만나
보니, 기관장으로서 딱딱한 이미지 보다 섬세하며 정겹고 따뜻한 품성을 지녔다.
집무실에서 차 한 잔 하며 문학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일행은 ‘운보(雲甫)의 집’을 방문했다. 운보미
술관은 증평읍에 살면서 교직에 근무할 때는 가끔씩 갔었는데, 인사동 예술가들에게 한국화가 운보
김기창 화백과 우향 박래현 부부의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술관 입구는 그동안 진입로가 확장되었고 미술관에 입장하여 운보의 바보 산수화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독일은 루터의 종교개혁 5백주년 기념으로 최근 독일의 ‘역사박물관’ 에서 서울미술관 소장
의 운보 ‘예수의 생애’를 특별전시중이다.
그런데 똑 같은 판화작품이 운보의 한옥거실 지하의 특별실에서 관람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예수의 삶은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고, 조선시대 복장을 한 등장인물들과 초가, 기와집 등 전
통 가옥들이 풍속화를 연상시킨다.
이어서 증평군 좌구산 자연휴양림을 갔다. 이 산의 자연휴양림은 8년 전 개장하였다. 좌구산은 예부
터 행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가 앉아있는 형상으로 휴양을 목적으로 잘 어울린다. 그리고 황토
방이 마련되어 가족 간에 숙소로도 좋다.
한편 바로 이웃에는 4년 전 건립한 좌구산 천문대가 있다. 이곳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356mm 굴절
망원경이 설치되어, 다른 망원경으로 볼 수 없는 천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지
막으로 증평읍의 보강천에 갔다.
계절이 고와서 아름다운 꽃들이 많았고 인공폭포, 자작나무 숲 등을 둘러보면서 증평읍에 살던 시절
을 생각해보았다. 오래 전 증평읍내 학교에 근무할 때 아이들과 백일장대회, 체험학습 등으로 보강천
에 자주 갔고, 가끔씩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나와서 냇가에 뛰노는 물고기들을 보며 시심(詩心)에 잠
기곤 했던 곳이다.
저녁은 묵 부침개와 묵수제비가 맛있는 ‘초정묵집’에 갔다. 저녁을 먹으면서 인사동 예술가들은 운보
의 집과 증평군의 좌구산 자연휴양림, 좌구산 천문대, 보강천을 여행한 것에 모두들 만족해했다. 문학
이라는 인연으로 증평군청을 방문하게 되었고, 운보의 집 정원에서 여유로움과 침묵도 발견했다.
길고도 먼 삶의 길은 지혜의 힘을 얻기 위해 침묵도 하고 천천히 여행을 할 필요도 있다. 인생은 천천
히 이뤄지는 기적 같은 것으로 살면서 남겨야 할 것은 감사라고 생각한다. 서울로 오는 고속도로에서
차창을 바라보니 좌구산 자연휴양림의 ‘바람소리 길’에서 인생, 침묵, 도전, 지혜, 감사를 생각하며 걷
던 기억이 떠오른다. 차창 밖으로 멀어져가는 증평군을 바라보며, 주변 지인들에게 감사하며 살던 사
람으로 기억되도록 노력하자고 다짐을 했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7. 05. 25.)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