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문학관과 낙안읍성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오래 전 박경리 소설가의 ‘토지’를 드라마로 보았고 박경리 작가에 대한 신문과 언론들 기사를 보면서, 원주의
박경리 문학공원과 통영의 박경리 기념관, 그리고 하동의 박경리 문학관을 가보고 싶었다. 최근에 시간을 내서
남해안을 여행하며 하동군 평사리 박경리 문학관을 방문했다.
이곳은 드라마 토지를 촬영한 곳으로 최 참판 댁과 용이네, 우가네, 오 서방네, 영팔이네 등 대하소설 토지에 대
하여 이해가 싶도록 동네를 잘 꾸며 놓았다. 대하소설 ‘토지’는 25년간의 집필 기간이 말하듯 경남 하동군 악양
면 평사리 들판과 최 참판댁에서 시작하여,
갑오 농민혁명에서부터 개항기와 일제 강점기 하동, 진주, 통영, 서울을 거쳐 간도, 만주 용정, 일본, 중국 등이
활동무대이다. 문학관에서 낡은 큰 국어사전과 돋보기가 눈에 띄어 작가가 글을 쓰면서 고심한 흔적을 보았다.
작가는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진주여고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여 황해도에서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고, 그
시절의 일본, 중국 등의 지리에 밝아 소설을 집필하기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여러해 전 지리산 천왕봉을 산
청군에서 오른 적이 있고 지리산 훈장마을도 다녀온 적이 있지만,
지리산 능선이 남으로 가지를 친 끝자락 성제봉 아래 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진다. 문학관에서 내려다보면 광활한
악양 들판이 보이고, 그 옆을 흐르는 섬진강도 눈에 들어온다. 이곳 마을을 걸으면서 눈에 가장 멋지게 들어오는
풍경은 평사리 생명의 땅이다. 이곳을 지나다 보니 토지라는 작품세계에 대해 느낌과 땅에 대한 의지와 애착을 느
낄 수 있다.
이어서 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을 갔다. 여러해 전 교직에 근무할 때 방학 중 공동학습으로 다녀온 적이 있지만
낙안읍성은 마한시대부터 사람들이 삶의 터전으로 살던 곳이다. 고려 후기부터 왜구가 자주 침입하자 620년 전
조선시대 낙안 출신의 절제사(節制使)인 김빈길 장군이 흙으로 성곽을 쌓았고,
세종시절 성벽을 돌로 고쳐 쌓으면서 원래의 규모보다 넓혔다고 한다. 성(城)안에 민속장터와 기념품점, 짚풀 공
예와 길쌈, 대장간 등 옛날을 추억하는 체험코스 등이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동헌, 객사 등 옛 행정기관들이 모
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초가집들은 남방 특유의 툇마루가 발달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민속학 자료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임
경업을 추모하는 비석이 있기에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같았다.
하동의 박경리 문학관과 순천의 낙안읍성을 방문하고 느낀 점은 평사리 넓은 토지들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부
대낌과 600년 전부터 낙안읍성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에서 옛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도 보았다. 여행은
마음의 신선함과 새로운 것을 보는 기쁨이 있고,
휴식과 침묵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으며 또 다른 문화와 역사를 보면서 새로운 삶에 도전할 수 있다. 탈무드에서
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가끔씩 여행을
통하여 자신의 마음도 다스려보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도 쌓는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면 평생 짊어지고 가는 짐도 여행길의 무거운 가방과 마찬가지로 고단하고 힘겨울 것이다.
이제 봄의 시작이다. 우리 모두 재산이나 물질에 탐하지 말고 집안에서도 가뿐하고, 단출하고, 자유롭게, 즐거운
마음으로 멋지게 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8. 02. 22)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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