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활동과 세상 이야기

(초대작가) 청암문학 (제12호) 2018. 5월발행(방효필 이사장) / 류시호 작가

경산2 2018. 5. 26. 06:29





 (에세이) 봄볕은 여심(女心)을 흔든다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해마다 봄이 오면 겨우 내 멈추었던 산행을 자주한다. 지난 주말에는 북한산으로 등산을 갔는데, 벌써 봄을 알

리는지 골짜기마다 물이 흐르고 있었다. 진달래, 개나리, 영산홍 등 봄꽃이 피면 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의 여심(女心)속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꽃향내에 취하면 예뻐지고, 활력소가 생기며 마음, 행동, 기대감 등 삶의 의욕이 생기기에 모두들 꿈

을 꾼다고 한다. 사랑하는 남녀가 나란히 걸을 때 통계에 의하면, 남자의 절반이상이 여자의 왼쪽에서

걷는다고 한다.


또 포옹하듯 감싸 안고 걷는 경우에도 남성들의 3분의 2가 여성의 왼쪽에 선다고 한다. 남자는 왜 여자

의 왼쪽에 설까? 남자가 왼쪽에 서면 오른팔과 왼쪽 눈을 주로 사용하게 되며, 여자를 오른쪽에 둠으로

써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산수유, 목련, 매화나 벚꽃이 활짝 피면, 여성들은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나들이를 간다. 남성들은 매혹

적인 여성의 모습에 시선을 멈출 때가 많다. 우리는 매혹적으로 유혹하는 눈길을 추파(秋波)라고 한다.

추파의 원래 의미는 ‘가늘고 예쁜 손가락을 봄 죽순 같다고 하며, 아름다운 눈길을 추파 같다.’라고 표

현했다.


추파는 여인의 아름다운 눈동자 또는 가을 물에 비친 맑은 햇빛이라는 뜻이었지만, 요즘은 ‘유혹’이라

는 의미로 바뀌었다. 남자들은 여자를 오른쪽에 두며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여자들은 유혹

과 추파로 만나 열정적인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그러나 서로 오래토록 사랑하고 싶다 해도 통상적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은 2년이라고 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변함없으리라 굳게 믿지만, 눈에 씌운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면 상대방의 장단점이 구분되기 때문이

다. 열정적 사랑과 불타는 애정이라도 생리적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은 2년을 넘기기 어렵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지난 후 부부간 갈등이 생기면 서로 용서를 해야 한다. 의견 충돌이 일어났을 때 ‘내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관점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라고 다짐을 해보자. 용서하는 습관

은 대단한 내공이 필요하고, 진정한 용서는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용서이다.


성공한 부부가 되려면, 서로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상대를 용서하며 존중하고, 칭찬해 주면 뇌의 독

성이 중화된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큰 힘은‘감성(感性)’을 살리는 것이다. 평생 감성을 잘

유지하고 산 사람에게서는 인생의 향기가 우러난다.


많은 선인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데는 좋은 예술작품과 음악을 가까이하며 살라고 권한다.  필자는 몇 년 전

오카리나 연주법을 배웠다. 음악은 듣는 것도 좋지만 직접연주를 하면 더욱 감흥이 생기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오카리나처럼 국악기에도 애절한 소리를 내는 우리 고유의 악기가 있다.


몽골에도 소리가 은은하며 영혼을 치유한다는 마두금이란 악기가 있고, 오카리나는 팬플릇처럼 은은하며 애절하게

소리를 낸다. 음악은 만국 공통의 언어이며, 우주에서 가장 아름답고 건강한 파동이다. 듣기만 해도 상쾌하고 시원

한데, 한 가지 악기를 다룰 줄 안다면 인생을 관조하는 지혜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리 모두 음악을 통해 파동과 에너지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자. 음악은 인간 본성과 문명 발달에 주도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악기의 황제 ‘피아노’가 발명된 지도 300년이 넘었다. 피아

노의 음 높낮이는 각 건반의 줄 길이, 밀도, 장력 등에 의한 고유 진동수로 결정된다.


독주악기로 풍부한 표현력을 자랑하는 피아노는 다른 악기들과 다양한 조화도 훌륭하여, 지난 수세기 동안

수많은 작곡가들이 사랑하였다.  특히 악성 베토벤은 위대한 예술적 영혼을 쏟아 부어 주옥같은 피아노 소

나타 36곡을 작곡하였다.


귓병을 앓으면서도 불후의 명곡을 남겼는데, 그 유명한 피아노소나타 ‘월광’도 있다. 이 곡은 위대한 예

술적 울림과 천상적 아름다움이 녹아 있다. 이처럼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듣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

다. 음악은 생후 7개월 된 아기도 한 번 듣게 되면 2주가량 기억하고,


모차르트의 특정한 가락을 자기가 듣지 않은 가락과 구별할 줄 안다고 한다. 이는 음악을 기억하는 능력이 진화와 연

관된 선천적인 능력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위로의 음악’은 자장가이며, ‘사랑의 노래’는 인간의

감정과 어우러져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키우는 데 기여한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는 종교적 감동보다 삶의 애환이 우선한다고 한다. ‘기쁨의 노래’는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음악이란 인간의 삶에 녹아들어 영혼을 위로하고, 답답한 가슴에 감동을 느

끼게 하는, 일상의 동반자이다. 팡세를 쓴 파스칼은 “여유를 가지는 것이 바로 행복하게 사는 것.” 이라고 했다.


여유를 갖고 음악을 즐기면 지친 우리의 영혼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 우리 모두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오카

리나, 장구, 기타, 대금, 색소폰 등 악기 한가지 씩 배워서 이번 봄에는 음악과 예술을 즐기며 살자. 따사로운 봄

볕은 여심(女心)을 흔들기도 하지만, 젊은이여! ‘감성’을 잘 유지하자.


살다 보면 누구나 가을 부채처럼 버려지거나, 허허벌판에 홀로 선 듯 쓸쓸하고 막막할 때도 있다. 진짜 사랑

은 “왜?”라고 묻지 않고 “괜찮아.”하며, 항시 감성을 잃지 않고 노력해야 가능하다. 신이 인간에게 베푼

가장 큰 축복이 웃음이라고 하는데, 뜻대로 안될 때 눈물이 나올 때까지 실컷 웃어보자.

봄이 오면, 화려한 꽃에만 시선을 멈추지 말고, 소박하고 순수한 풀꽃 같은 음악이나 악기로 우리의 마음을 머무르게

하자. 이번 봄에는 음악 덕분에 우리의 영혼과 희망이 상큼하게 싹이 틀 것 같다. 우리 모두 봄 햇살 받으면서 항시

웃음을 가득히 하고, 감성을 살리며 서로 정(情)을 주고 살도록 노력하자.

      청암문학 (제12호) 2018. 5월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