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노란 부채들이
만추의 선율에 따라
사뿐히 내려앉고
차가운 바람이 물결치면
뚝뚝 떨어지는 눈물 꽃 되어
자동차의 불빛 따라
종로는 밤을 잊은 것 같다
종각, 청계천
젊음이 넘치고
피아노 길 골목에는
스산한 바람에 세월을 잊고
야생화가 되어 버린 군중들
술 취한 젊은 남녀는
밤을 잊은 것 같다
탑골공원 지나
인사동 가는 길
별처럼 맑은 눈을 갖은 아이
노란 은행잎 머리에 꽂고
거리 악사들 음악소리에
소녀는 밤을 잊은 것 같다
지필문학 10월호 (2012년 10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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