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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여행과 시 낭송회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8월 중순 문학회에서 경남 통영으로 문학여행 겸 시낭송회 연수가 있기에 참석했다.
통영은 문학의 고향으로 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동양의 나폴리라는 아름다운 해안을 배경
으로 박경리, 류치환, 김상옥, 김춘수, 소설가 김용익 등 예술가들이 꿈을 키우고 자란 곳
이다.
통영항구를 동양의 나포리라고 부르는 것은, 섬과 섬 사이를 잇는 해안선과 밤바다에 명멸
하는 어화(漁火)들, 전원풍경 등이 멋진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가끔씩 시 낭송회에 가서 열심히 노력한 출연진의 낭송도 듣고, 필자도 낭송을 해보았지
만 시 낭송회는 맑고 고운 마음으로 명시나 자작시를 읊는 것으로 인간의 가장 순수한 표
정을 볼 수 있다.
이번 문학여행에서 유명 명사들의 시작(詩作) 방법과 낭송 특강을 통하여 새로운 문학지
식도 터득하고 문학동호인들과 친목은 더 없이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대도시에 살면서 조용한 시간에 글쓰기를 즐기지만, 긴 시간 동호인들과 여행을 하며
글감도 찾고 그들의 문학적인 생각을 엿본다는 것은 자기 성찰의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
그동안 이효석 문학관, 이문열 문학관, 김유정 문학촌, 이육사 문학관 등을 다녀왔고, 독일의
대문호 괴테하우스와 이탈리아의 대 작가 단테의 생가 등을 둘러보았지만 통영을 잊지 못
하다.
250개의 유·무인도를 품에 안은 통영은 도로 곳곳에 나뭇잎 사이로 작은 포구가 고개를
내밀었다가 금방 사라진다. 핏빛처럼 지천을 적신다는 동백나무가 길 양옆에서 줄지어
반기며 점점이 흩뿌려진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이처럼 아름다운 다도해가 시성(詩性)
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 것 같다.
바다와 섬을 볼 수 있는 통영에서 시를 짓고, 시 낭송회는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다. 겨울
방학을 하면, 통영의 작은 포구에서 짭짤한 바다 바람과 섬들을 바라보며 필자의 애송시
를 읊고 싶다.
이제 겨울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초겨울의 풋눈과 조금씩 잘게 내리는 가랑눈 내리면,
고향 노모의 청국장이 그립다. 맛이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기에 눈송이, 바람 소리 허
공을 가로 질러 가는 것들로 표현하며, 햇살 한 줌, 살살 말린 바람 한 자락 등을 넣어 간
절한 사랑으로 끓여 낸 청국장의 손맛은 잊을 수가 없다.
이처럼 구수한 된장 냄새가 귀뚜라미 소리에 밀려오면 우리의 옆구리가 화안(和顔)해지고,
그 환함 속으로 겨울이 밀려간다.
인생이란 시련의 연속이며 우여곡절도 많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어렵고 힘
들다고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되며, 성공한 때일수록 감사하는 마음과 겸허한 마음을 잊어서
도 안 될 것 같다.
점점이 박힌 섬들, 다도해 바다와 하얀 파도가 보이는 통영에서 있었던 문학여행과 시낭송
회는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야함을 느끼도록 했다. 인생은 천천히 이뤄지는 기적 같
은 것으로 우리가 살면서 남겨야 할 것은 감사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주변 지인들에게
감사하며 살던 사람이라고 기억되게 노력하자.
중부매일 칼럼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1. 12. 14.)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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