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산성과 낙안읍성
상당산성과 낙안읍성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10월 중순,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전국에 있는 동기들과 청주시 상당산성
(上黨山城)으로 등산을 갔다. 충북에 살면서도 산성입구 도로를 자동차로 다녔지
직접 등산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상당산성은 높지는 않지만 산 정상을 따라 석성으로 쌓아서 적을 방어하기에 잘
축성된 것 같다. 그동안 남한산성, 아차산성, 북한산성을 가보았으며, 상당산성 경
우, 현재 성 안에서 농사도 짓고 50여 가구가 살고 있어서 규모가 큰 편이었다.
지난해 겨울 직원들과 공동연수 중 순천시 외곽의 낙안읍성(樂安邑城)을 간적이
있다. 조선 태조 6년 왜구들이 침략하자 이 고장출신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구축해 적극 방어에 나섰던 유서 깊은 충절의 마을이기도 하다.
낙안읍성은 200명 이상 주민이 거주하고, 국창 송만갑, 가야금병창의 달인 오태석
등 수많은 명창이 배출된 유서 깊은 곳이자 동편제의 산실이기도 하다.
일본을 여행하며 구마모토성과 오사카성, 히로시마성, 이와구니산성 등을 가보
았는데, 일본은 4-5층으로 높게 축성을 하고 성(城) 내부가 비좁아 장기전에는 취
약해보였다.
성을 높게 축성한 것은 방어 중 마지막에는 자결을 하기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
의 성(城)은 수백, 수천 명의 군사들이 상주하면서 적의 침입을 지연시키거나 방어
할 목적이다. 일본의 성은 성주 한 사람 또는 성주와 그의 가족, 식속들과 그를 지
키는 군사 수십 명 정도의 규모로 작은 편이다.
옛날에 산성은 전쟁터였지만, 지금은 등산객들의 산행 길로 더없이 좋다. 성터를
따라 걸으면서 선조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볼 수 있고, 산행을
통하여 건강 다지기도 하니 더 없이 좋은 것 같다.
일본의 이와구니성 경우, 산세(山勢)에 맞게 건축하여 적을 방어하기에 더없이 좋
은 요새였고, 관광객의 걷기코스로도 좋았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가을을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 계
절이라고 노래했다. 가을은 소슬한 바람과 풀벌레가 사르르 사르르 울고, 눈치
없이 꽃대 키운 들국화 봉오리와 힘없는 척 가녀린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며 떠나
가는 게 가을인가보다. 계절의 흐름을 서정적으로 바라보면, 이렇게 낭만적인 생
각도 갖게 된다.
노란 은행잎과 만산홍엽의 흩어지는 낙엽을 보면, 벌써 가을이 떠나는지 아쉬워
진다. 떠나가는 가을을 바라보면 외로움과 쓸쓸함이 남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도
항상 굴곡이 존재한다. 살다보면 화려한 시절은 짧고, 힘들고 지루한 계곡이나
사막을 걷는 시간은 길 때가 많다.
초겨울의 계절, 찾아온 신열(身熱)이 독감처럼 꿍꿍 앓게 할 수도 있다. 사회생
활을 하다보면 매일같이 몸살 앓듯 경쟁적인 삶이지만 방황하거나 포기하지말자.
사람의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며, 분주함 속에서도 조금의 여유를 갖고 행복한 기
운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성곽 길을 걸으면서 생각해보았다. 우리 모두 자연에
순응하고, 겸허함을 받아들이는 삶을 살자.
중부매일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1. 11. 16.)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