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추억과 힌두교
발리의 추억과 힌두교
경산 류시호 / 시인, 수필가
오래 전 뉴욕에 갔다가 귀국길에 몇 시간 하와이를 경유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공항 밖에 잠시 나가보니 훌라 춤을 추며 여행객을 환영해서 기억에 많이 남
았다.
그런데 큰아들이 취업기념으로 여행을 보내줘서 인도네시아 발리를 갔을 때
공항에서 그 지방 특색의 노랑꽃으로 된 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을 해주기에
여기가 그 유명한 휴양지 발리인 것을 실감했었다.
하늘과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풍경, 수평선 너머로 지는 노을, 고즈넉한 물살 위
로 돛단배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벌이는 물새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
이들의 웃음소리 등 마치 고대소설에나 나올 법한 지상낙원 같은 발리에 대한
느낌에 기분이 남달랐다.
다음날 쪽빛바다를 유람선으로 이동해 바지선에 옮겨 탄 후 수영도 하고, 각종
물놀이도 하며 풍부한 해산물도 먹었다. 또한 근처의 잠수함에서 바다 속 물고
기들도 관찰했다.
석양의 바다를 바라보며 저녁은 모래사장 노천카페에서 한국에서 귀히 여기는
랍스타 요리와 각종 조개구이와 와인을 마셨다. 이렇게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큰 기쁨이 아닐까?
발리의 대표적 사원인 ‘울루와뚜’에 갔더니 사원의 파수꾼이라도 되는 양 옹기
종기 모인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힌두교 사원이며 집
집마다 힌두교 신전을 마련해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다.
이슬람교가 많은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자바 동쪽에 위치한 발리 섬
사람들은 90% 이상이 발리 힌두교를 믿는 것이다. 그 유명한 불교가 힌두교의
뿌리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었다.
‘윤회사상’하면 불교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윤회사상의 원조는 불교가 아니라 힌
두교라고 할 수 있으며 3,000개가 넘는 신을 모신다니 대단함을 느꼈다. 힌두교
의 유명한 신으로는 파괴의 신이라는 ‘시바’가 있고, 그 외에도 가장 큰 신인
‘브라마’와 선의 신 ‘비슈누’ 등이 있다.
힌두교의 힌두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Sindhu(大河)라는 뜻으로 기원전 2,500
여년 전에 인도에서 생긴 종교이다.
힌두교는 소, 물고기, 뱀 등 동물도 신들과 함께 숭배의 대상이고, 불교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코끼리, 물고기, 뱀 등이 나오는데 힌두교에서 유래된 때문이다.
이슬람교가 그리스도교와 같은 뿌리라는 설처럼 불교도 힌두교의 뿌리에서 나
온 것이 아닐까? 또한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의 고국에는 국민 대부분이 힌두
교를 믿고, 그리스도교를 창시한 예수의 고국에는 백성 전부가 유대교를 믿는
것처럼 아이러니 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종교 창시자의 고국에는 다른 종교가 번창하고, 도리어 다른 나라에서 각광을
받게 되니 이상하다. 우리나라 통일교도 국내보다 미국이 더 열광을 하며 이스
라엘의 유대교, 인도의 힌두교, 대한민국의 불교나 그리스도교 등이 그렇다.
연중 따뜻한 열대기후 때문에 신혼 여행지로 각광받고, 전 세계적인 유명휴양지
로 소문난 발리는 또한 힌두교의 종교성지로도 유명하다. 배가 고픈 사람이나 넉
넉한 부자들에게도 종교는 삶에서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기회가 되면 푸른 하늘에 점점이 야자수만 보이는 풍경과 신들의 이야기 속에 빠
져 보고 싶기에 ‘성자의 명상지’라는 발리에 또 가고 싶다.
(충북일보 오피니언, 독자 칼럼 2008.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