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 발표

칠갑산에서

경산2 2012. 11. 25. 06:58

  

   칠갑산에서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6월 초, 학교에서 교육과정 워크 삽을 대천과 칠갑산에서 실시하여 오랜
만에 전세버스를 타고 출발하였다. 대천은 충청북도교육청 임해수련원이 있기에
가끔씩 갔지만, 업무에 바쁘게 보내다가 동료 교사들과 바다를 거닐다 보니 스트
레스가 확 날라 갔다.

칠갑산 중턱 샬레호텔에서 워크 삽을 끝내고 다음 날은 칠갑산으로 단합산행을
했다. 등산길은 완만하며 평탄하였고 중간에 칠갑산 천문대를 잠시 방문했다. 이
어서 동료들과 ‘콩밭 매는 아낙네야 배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노래를 부르면서 정상으로 올랐다. 정상에 서니 한국
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큼 울창한 숲이 사방으로 확 트이게 잘 보였다.

차령산맥에 속하는 칠갑산은 북쪽의 한티고개(대치)를 지나 동쪽에서 서쪽으로
대덕봉, 명덕봉, 정혜산 등이 이어지며 대치천, 장곡천, 잉화달천, 지천 등이 산의
능선을 따라 흘러 금강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올라갈 때 쉬웠던 칠갑산 산행이 내려올 때는 힘들고 어려웠다. 칠갑산은
계곡이 깊고 지천과 잉화달천이 계곡을 싸고돌면서 7곳에 명당이 생겼다 하여 붙
여진 이름이다.

울창한 숲길을 걷다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걷기는 우리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쉽고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이고 특별한 장비나 경제적인 부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우리가 매일 걷는다면 운동 부족으로 오는 여러 가지 성인병도 예방할
수 있다.

살면서 답답하고 일이 잘 안 풀리면 여행을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빡빡한 일상에서 여유를 갖고 여행을 하게 되면 자신을 뒤돌아 볼 수가
있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찾고 내일을 위한 힘도 얻
게 된다. 낯설고 외로운 여정일수록 천천히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아야 생각이 깊어
진다.

어느새 가을의 문턱을 넘었고 단풍이 물든 나뭇잎에서는 향기가 나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와 들국화에는 벌들이 춤을 추며 반긴다. 이처럼 노랗고 붉게
물드는 나무를 바라볼 수 있기에 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행복해지면 마음이 여유롭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며 사람마다 자기 방식
대로 행복을 추구한다.

마을마다 높고 푸른 하늘, 가을 햇살이 만들어 낸 연보랏빛, 순한 노란빛이 가을
들판을 수놓고 있다. 그 햇살을 따라 고추잠자리가 소리 없이 달려오고 가을은 우
리의 양손을 활짝 벌리게 한다.

해바라기, 코스모스, 국화 등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진 다음에는 늦게 꽃피는 구절초
가 좋다. 구석진 곳에서 어려움을 딛고 가을빛으로 아름답게 바꾸는 그 꽃이 우리
의 강인한 삶처럼 더욱 돋보인다.

인생은 길고 긴 마라톤으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코스를 달린다. 부질없이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호흡을 고르고 한 걸음씩 달려 나가면 어느새 원하던 고지
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이고,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 우리의 삶이라고 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산행처럼 어려움도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면 기쁨도 온다. 이처
럼 목표를 향한 개인마다 갖는 꿈은 크고 높을수록 좋다. 칠갑산을 산행하며 힘들
었던 것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한다면, 고난과 시련이 와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을 꾸는 사람은 아름답고, 꿈꾸는 자만이 비상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삶에서
터득해보자.

중부매일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2. 10. 02.)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