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무의 매력
김장철 무의 매력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주말농장의 배추와 무, 그리고 괴산군 고랭지 절임배추가 생
각이 난다. 필자는 교직에 몸담기 전 글짓기 논술학원과 유치원을 경영하며 아이들
체험학습장으로 주말농장을 운영했다.
봄이 시작되면 상추, 쑥갓, 열무, 고구마, 땅콩 등을 심었으며 8월 중순에는 김장용
배추, 무를 심었고,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서 인기가 좋았다. 유치원을 경영할
때에는 고구마와 땅콩, 배추, 무 등은 유치원 아이들이 체험학습으로 농장에 가서 가
져갔지만 즐거웠다.
요즘은 우리 집과 두 명의 아들네 까지 3가구 김장용 재료는 주말농장의 배추와 무
를 사용하고, 모자라는 배추는 괴산 고랭지 절임배추를 주문하여 활용한다. 간식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 가을 들판에 나가면 콩서리해서 구워먹고 무를 뽑아서 깎아 먹
으면 달고 시원했던 기억이 난다.
김장철에 출하되는 무는 사각 거리며 달다. 그런데 무의 가치는 김치를 담글 때 나
타나며 무를 넣지 않으면, 배추김치·물김치·갓김치 등 어느 것도 제대로 익지 않는다.
이 같은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고 무가 한국 ‘발효 김치’ 맛의
열쇠인 셈이다.
김장 김치를 담글 때 무채를 속으로 안 넣으면 상큼한 맛도 나지 않고 익기도 전에
상해 버린다. 무에는 배추와 다른 양념 어디에도 없는 유산균의 필수 아미노산이 들
어있어 유산균이 잘 자라도록 돕고 김치 맛을 내게 해준다.
이처럼 김장철 무의 매력은 알아주어야 하고, 김치를 만들 때 무의 중요성을 알고
나니 주말농장에 무 재배를 꼭해야겠다.
무는 깍두기, 입맛 없을 때 해먹는 무생채, 그냥 살짝 볶아 먹는 무나물, 어려운 시
절 쌀을 아끼려고 가끔씩 해먹은 무밥, 제사 때나 명절에 제사상에 올린 무전 등에도
많이 사용한다.
늦가을 김장이 끝나면 무를 잘라서 말린 무말랭이는 다음 해 봄에도 먹을 수 있는 좋
은 반찬이며, 학교를 다닐 때 도시락 반찬으로도 많이 애용했다. 그 외에도 고등어
무 조림, 오징어 무국, 쇠고기 무국 등 다양하게 먹는다.
농부들이 한여름에 농사를 짓는 고통이 시련이라면 가을철에 거둬들이는 곡식과
채소 등은 긴 겨울을 보내는 지혜가 될 것이다. 집집마다 겨울나기 김장을 하고 있고
노란 느티나무 잎사귀가 밀려오는 것을 보노라면 가슴이 화안하다. 밀려와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 추수를 끝낸 농부처럼 풍성하고 부자가 된 느낌이다.
늦가을 마을 서낭당의 느티나무주변은 을씨년스럽도록 텅 비었고, 그 나무 주변 모
퉁이에서 술래잡기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땀 흘리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 배고플 때
새참으로 밥하고 먹은 잘 익은 배추김치, 무김치, 그리고 동치미 등이 어찌 그리 맛있
었는지. 지금은 지천에 먹을 게 흔하지만 그때의 먹거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밤이 긴 겨울철이 오면, 가족이 모여 잘 익은 김치로 만든 김치전과 막걸리로 단합
대회를 해야겠다. 추운 밤 옹송그리는 어깨를 펴면 김치부침개 생각에 가슴이 뛰고,
따뜻한 방에서 먹는 김치전과 김치 만두는 구미를 당기게 할 것이다.
올 겨울에는 유산균이 풍부하여 비만억제, 대장활동을 돕고, 항암 효과, 아토피 치료
효과 등에 좋은 김치와 무로 만든 찌게요리, 볶음요리, 삶은 요리 등을 가끔씩 먹고
무의 매력을 느끼며 살아야겠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2. 11. 22.)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