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 발표

국립 현충원에서

경산2 2013. 6. 22. 06:04

 

  국립현충원에서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5월 중순, 현충일을 앞두고 손주의 나라사랑 교육과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참배를 하려고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갔다. 현충원은 아이들 어릴 적 가보
았고 학생들을 인솔하여 몇 번 가본 뒤 오랜만에 갔다.

  천천히 외곽 길을 걷다가 3분의 대통령묘소를 참배하며 나라사랑, 경제발전, 자유
평등 등의 업적을 생각해 보았다. 많은 사람들 틈에 방명록에 기록을 남기고 보니
잘 왔음을 느꼈고, 구역마다 나누어진 병사들의 묘역, 국가유공자묘역, 장군묘역,
경찰묘역 등을 둘러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필자는 북한산 등산을 다니며 입구에 있는 국립4.19민주묘지에 자주 갔다.
이곳은 4.19혁명 때 주로 고교생과 대학생, 다수의 시민이 희생되어 모신 묘역이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독립투사와 정치인 묘소들도 둘러보곤 하는데,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던진 지사, 의사, 열사들이 생각난다. 

  현충원 나무그늘 벤치에서 잠시 쉬는데 군복무시절 애송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는 모윤숙 시가 생각났다. 그 시화(詩畵)가 이곳 묘지 길가에 서 있다. ‘산 옆 외 따른
골짜기에/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모윤숙 시인의 낭만주의와 애국주의가 융
합을 이룬 작품으로 국군용사의 주검을 보고 쓴 글이지만 애국심에 불타는 감동을
준다.

  군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필자의 군대생활이 기억난다. 대학을 다니다 엄동설한에
세상에서 가장 나를 아껴주시던 어머니 품을 떠나 군대에 갔다. 춥고 배고픈 생활을
하며 보낸 논산훈련소는 잊지 못할 곳이다.

최근에 방영하고 있는 ‘대왕의 꿈’에서 백제의 계백장군이 신라의 김유신장군과 황산
벌에서 최후의 전투장면이 나오는데 필자의 한겨울 황산벌 훈련이 생각났다.

  요즘도 군대를 안 가려는 젊은이와 부모가 있는가 하면, 혹독한 훈련과 근무기강이
대단한 해병대를 자원하는 젊은이가 많은데,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희망이 보인다.

또한 해외에서 영주권을 받은 교포들도 고국에서 병역을 마치겠다고 입대를 하는 뉴
스를 보면서, 군복무를 통하여 가치와 보람을 찾는 것은 평생 삶의 도움이 된다고 생
각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실패와 시련을 만나게 되는데 군복무를 통한 강한 훈련과
인내력, 용기, 자부심, 충성, 신념, 애국애족 등은 돈을 주고도 못산다. 회사원이나
공무원 등 조직생활을 하거나 창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실패와 시련을 지혜롭게
견딜 줄 아는 법을 배워야 한다.

  현충원 경내 나무들의 푸른 줄기와 싱그러운 잎사귀, 잎맥 위로 바람과 햇빛이 쪼
르르 미끄러져 내리고 있다. 푸르고 싱싱한 기운을 주는 나뭇잎 사이로 새소리를 가
득 실은 바람이 귓불을 살짝 스쳐 지나간다.

묘소마다 푸른 잔디들이 눈에 띄고, 비석마다 모육숙의 명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생명의 냄새가 물씬 스며들고 있었다. 필자는 고인들에게 평안하길 기원했고 손주
에게 군인아저씨가 하는 일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현충일을 앞두고 손주 교육과 참배를 위한 나들이를 하면서 그분들 덕분에 우리나
라가 부강해졌을 다시 느끼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은 베푸는 삶
이다.

우리 모두 주변의 어려운 분들 돕고 새로운 삶의 가치도 발견하며 신뢰사회를 건설하
면서 살아야겠다. 이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함에 따라 기부 문화의
중요성도 인식하며 선진 국가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3. 05. 31.)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