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사레 복숭아 선물
햇사레 복숭아 선물
경산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지난 9월초, 작은 며느리가 “아버님, 친정에서 보내온 복숭아니 맛있게 드세요.” 라며
작년에 이어 복숭아를 갖고 집으로 왔다. 며늘아기의 친정은 음성군 감곡면으로 햇
사레 복숭아가 유명하다. 황도와 백도 모두 맛이 있고 임신한 큰 며느리가 맛있다고
더 달라고 하여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
오래 전 군복무 중 봄철 야외로 훈련을 가면, 과수원의 복사꽃이 예쁘게 피워 군복무
를 마치면 복숭아를 먹어야지 생각을 했다. 배꽃이 피는 계절 태릉 배 밭을 지나노라
면 밤에도 화려하게 피는 배꽃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복사꽃, 배꽃, 사과꽃, 살구꽃 등 과일나무 꽃들은 꽃향기와 더불어 사람들에게 중요한
간식 및 후식거리 과일을 제공하니 귀한 몸들이다.
요즘은 중국의 무협소설 ‘삼국지’ 연속극을 케이블 TV로 보고 있는데 소설책 보다 영
상으로 보니 박진감도 있고 좋아 꾸준히 보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전쟁 영웅 중 조조,
손권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유비, 관우, 장비, 3명의 영웅과 재갈
공명의 활동에 넋을 잃고 본다.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 관우, 장비는 잘 알고 있듯이 복숭아 동산에서 도원결의(桃園
結義)를 하며 의형제를 맺고 유명한 사자성어를 남겼다.
사돈댁에서 선물로 보낸 맛있는 복숭아를 잘 먹고 있지만, 선물은 원래 부족 간의
전쟁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한다. 소금이 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던 부족은 소
금을 약탈하기 위해 인근 마을과 전쟁을 벌였는데, 싸움도 진력나고 희생의 대가도
컸다. 궁리해서 찾아낸 방법이 물물 교환이었다. 이 물물 교환이 좀 더 세련된 양식을
취하면서 진화한 게 선물이다.
일본에서는 선물이 오미야게인데, 각 지방의 특산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교사
로 근무 전, 대기업에서 일하며 자주 일본으로 출장을 갔는데 거래처 사람과 만나면
꼭 그 지방의 특산물을 선물로 주었다.
필자도 외국이나 국내 여행을 다녀오면 그 지역의 특산물을 사서 돌렸는데, 이것은
내가 그곳에 갔다가 좋은 여행을 체험하고 마음에 담아서 준다는 뜻이다.
그동안 받은 선물 중 영국에 갔을 때 거래처에서 준 크리스털 종(鐘)이 너무 아름
다워 거실 진열장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이번 추석연휴에 ‘미얀마’로 여행을 가
는데 무엇을 살까 생각 중이다. 그런데 로맨스를 담은 선물은 단순한 물물 교환보
다 뜨거운 정열을 품고 있다고 하니 고민을 해봐야겠다.
명절을 앞두면 집집마다 선물 준비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필자도 공직에 있을 때
명절이 걱정 된 적이 있다. 때때로 선물이라는 탈을 쓰고 썩은 내가 나는 뇌물의 선
물도 있다.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유력자에게 자신이 발명한 망원경을 선물하고 피
사대학 교수직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뇌물은 있게 마련이
다.
긴 삶을 살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보람 있게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변
친지들을 배려하며 마음을 나누면 삶이 더 풍요롭다. 나이를 먹으면 음식을 먹는 것
이 아니라 향수를 먹는다는 말처럼 먹어도 채울 수 없는 공복감은 어릴 적 함께 나
누어 먹던 과일이나 과자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끔씩 우리 농산물인 포도, 참외, 복
숭아, 사과 1봉지를 이웃과 나누며 살자.
맑고 높은 가을하늘 맛있는 복숭아를 먹으며 생각해보니 한가위 선물로 사과나 배,
밤 등 우리 농산물을 정성을 담아 보내면 좋겠다. 좋은 삶을 사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불우한 이웃을 배려하며 가족, 친구, 친지들에게 사랑을 담아서 전하면 훈
훈한 명절이 될 것 같다.
국내외 여행을 다녀온 후나 명절에 간단한 선물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풍경은
보기도 아름답다. 우리 모두 이번 추석에는 신토불이 농수산물로 희망을 나누며
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3. 09. 11.)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