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와 캉캉춤을
(월간 잡지 좋은생각 게재)
수지와 캉캉춤을
경산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어제는 우리 반 수지한테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편지 내용은 지난 가을에 캉캉
춤 공연에 뒤늦게 참여시켜 준 것에 대하여 감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가을
우리학교에서 학예회를 했는데, 3학년은 캉캉춤을 발표하기로 했죠.
그래서 4개 반 학생들 중 각반에서 8명씩 32명을 선발해서 연습을 시켰습니다. 그
런데 열심히 연습하던 우리 반 수지가 갑자기 발표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여 도
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춤을 예쁘게 추던 아이라 담임으로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연습은 중반에 접어들
무렵 수지가 나를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 캉캉춤 꼭 추고 싶어요.” 하지만
이미 다른 아이를 선발한 터라 수지를 예비 후보로 정하고, 함께 연습을 시켰는데
정말 잘 따라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발표회를 앞두고 옆 반의 아이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했기에 그
아이 대신에 수지를 맨 앞줄에 세워 연습을 시켰습니다. 보면 볼수록 잘 따라 해 주
어 기쁨이 가득했답니다.
어느덧 학예회 날이 되었습니다. 증평읍 문화회관에서 열린 학예회에서 3학년 아
이들이 발표한 캉캉춤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 뒤로 한 할머니가 찾아오셨습니다. 바로 수지의 할머니였죠.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수지가 엄마 없이 할머니와 살면서 무대복을 빌릴 돈
이 걱정되어 처음에 발표회에서 빠지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고모가 도와줘서 무대
복을 빌리고, 선생님 배려로 참가하게 되서 얼마나 감사한지….” 하시며 우시더군
요.
순간 수지의 아픔을 더 많이 헤아리지 못한 내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다
짐했습니다. 가정이 다복한 아이들이나 부모 없이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
입니다.
월간 '좋은생각' 잡지 2007년 7월호 (좋은님 꽃씨)
류시호 님 | 서울 노원구 중계4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