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고! 고! 고!
국악, 고! 고! 고!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여러 달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젊은 국악인들의 공연을 보았다. 국악, 고! 고! 고!는
‘국악을 보고 듣고, 국악을 재미있게 즐기고, 국악으로 신나게 행복하고’라는 의미
로 만들어진 브랜드 공연이다.
이 연주회는 국악의 편견을 깨고 국악의 재발견, 치유의 음악, 오감을 깨워주었던
공연, 행복으로 얻은 최고의 공연이라는 찬사를 받은 시민 감성프로젝트였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거문고연주자인 김일호의 지휘와, 차분한 진행으로 국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서울예술대학교 부총장 하주화가 사회를 보았다. 공
연의 도입부는 국악의 미래인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연주와 여성스럽고 잔잔한 감
동을 선사한 박혜진의 해금 협연이었다.
가끔씩 남산한옥마을과 국립국악원, 그리고 운현궁에서 국악연주를 듣고 보지만,
이렇게 젊고 발랄한 연주에 매료되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모듬 북을 신명나게 연
주한 연제호와 새롭게 선보인 천년의 소리를 간직한 비화랑 연주단의 비파연주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국악관현악의 선율에 비보이 세계최고인 T·I·P.팀의 다이나믹한 몸놀림과, 아리랑
환상곡에 맞춰 서울시무용단의 화려한 무용은 참석한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우리는 대중가요 가수의 콘서트나 뮤지컬, 클래식연주 그리고 오페라에 열광하는
데, 국악공연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즐기는 것을 보고 국악 발전의 가능성을 생
각했다.
필자도 국악에 관심이 있어 동료 교사들과 영동군에 있는 ‘난계국악박물관’을 방문
한 적이 있다. 난계 박연은 세종시절 각종 국악기를 개발하고, 아악 등 궁중음악을
개혁했으며 국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예술가이다.
여러해 전에 첼리스트 장한나와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50여년 연령차를 극복하고,
서양악기와 국악이 협연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전통음악에
대한 지식은 낮지만, 국악연주와 사물놀이, 판소리, 탈춤, 난타 등을 듣고 보노라면
신명이 저절로 난다.
이처럼 음악은 개인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힘이 있다. 흔히 예술가의 생애는 고독하다고 한다. 베토벤이 그랬고, 쇼팽이 그랬
고, 위대한 음악의 아버지 바흐도 생전에 행복한 날들은 몇 날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곡의 연주를 위해 홀로 바쳐야 하는 시간은 실로 엄청나다. 예술가들은 철저한
고독 속에서도 한없이 따스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 전해 주기에 우리들은 음
악을 통하여 많은 위로를 받는다.
또한 연주자들의 아름다운 음악이 삶의 세계에 다가와 뜨거운 마음으로 물결지어
전해질 때, 우리는 예술가의 연주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번 연주회의 젊은 국악인
들은 객석에서 만난 청중과의 인연이 소중함을 알 것이다.
그동안 잘 가꾸어낸 음악을 많은 관중들에게 연주하여 큰 박수를 받을 때의 환희는
예술가로서 큰 보람이다. 한편 객석에서 아름다운 선율 속에 푹 파묻힌 행복은 아
무리 되새겨도 퇴색하지 않는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요즘처럼 바쁘게 사는 시대, 갖가지 경쟁 속에 사는 우리에게 여유는 무엇보다
절실하다. 우리는 여유를 갖기 위해 실력이든 경륜이든 내공을 쌓아야 하는데 국
악과 함께 내공을 쌓아보자.
예술적인 감성을 잘 유지하고 산 사람에게서는 인생의 향기가 우러난다고 했다.
많은 선인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데는 좋은 음악과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작품을
가까이하며 살라고 권한다. 우리 모두 음악을 통해 파동과 에너지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멋지게 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3. 10. 30.)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