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 발표

전학간 소영이의 전화

경산2 2013. 12. 7. 07:17

   

류시호 선생님이 들려주는 학교 이야기 _ 하나

  
며칠 전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영이가 전화를 했다.
   “선생님! 저 다시 대소초등학교로 돌아갈래요. 지금 학교는 너무 생소하고,

친구도 없고, 외로워요”라고 한다. 소영이가 전학 후 바뀐 환경에 내심 걱정하

는 것 같았다.


   “소영아, 이제 곧 4학년이 되면, 우리학교나 전학 간 지금의 학교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니 잘 적응해야한다. 여기는 중국과 다르다. 왜냐하면 한

학년에 학생들이 많아서 학년이 바뀌면 친구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들을

다시 만난단다.”


   소영이는 지난해 겨울방학을 하며 읍내로 이사를 하고 전학을 갔다. 새로운

학교에 대한 두려움과 적응 때문에 어머니께도 이미 전화가 왔었다. 소영이

어머니께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많기에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도록 노

력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또 전화하시라고 했다.

   작년 3월 초, 소영이가 중국에서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다. 함경도 사투리가

섞인 소영이 어머니께서 “선생님, 우리 소영이 오늘 사회 준비물 내용이 무엇

인지 몰라서 못 보냈는데, 어쩌면 좋지요?”하던 생각이 난다.

 

엄마는 새터민이고, 소영이는 중국에서 태어났는데, 둘 다 새로운 환경에 걱

정이 많아보였다. 그래서 각별히 보살펴주었는데, 그것이 안심이 됐는지 소

영이 어머니는 내게 전화를 자주 하셨다.

 

소영이가 컴퓨터는 처음이라기에, 컴퓨터를 배울 수 있도록 방과 후 컴퓨터

강사에게 부탁도 했고, 전학 온 이후 한 달이 지났을 때쯤에는 학업상담을

하기도 했다.

 

“수학은 괜찮은데, 국어와 사회, 과학이 어렵다”는 소영이를 위해 수업이 끝난

후에는 별도로 전 과목 개별지도를 해줬다. 그 결과, 소영이는 발표도 잘 하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로 바뀌었으니 담임으로서 기쁘기 그지없었다.

   작년 가을, 소영이 어머니께서 “선생님, 우리 소영이가 ‘지점토’라는 준비물

을 사달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라며 전화를 하셨다. 함경

북도 무산이 고향인 소영이 어머니가 모르는 것은 당연하기에 “어머니, 걱정

마세요”하며 별도로 챙겨 준적이 있다.

 

소영이 아버지와 할머니는 중국 조선족이며, 할머니는 고향이 경북 청송군

이라 했다. 소영이처럼 다문화 가족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요즘 새터민 자녀들과 동남아시아에서 시집온 엄마들의 다문화 아이들이 학

교에 많아졌다.

 

이 어린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접받을 수 있게 지도하고, 국민의 의무

도 가르치는 게 교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의 가슴에 지닌 아픈

흔적을 지워주며 동등한 청소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따뜻하게

칭찬해 주고 있다.


   자유를 찾아 고국에 정착한 소영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시집온 엄마들의 다문화

자녀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챙겼으면 한다. 소영이 같은 아이들에게

부드럽고 진실한 말 한마디는 영혼까지 행복하게 할 것이다.

류시호(충북 음성군 대소초등학교 선생님)

 

2009년 3월호 월간사과나무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