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여행하며 생각나는 것
필리핀을 여행하며 생각나는 것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이야기 채록가
몇 달 전, 필리핀으로 여행을 갔다. 필리핀은 수도 마닐라지역이나 세부, 그리고 보라카이나
등은 쉬면서 즐기는 휴양지이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 팍상한 리조트는 계곡의 입구에서 원
시림이 시작하는 폭포까지는 통나무배를 타면 원주민들이 밀어주고 내려올 때는 급류를 타
며 즐기는 코스다.
이 계곡은 볼거리와 스릴이 있기에 중국 북경인근의 용경협 협곡에서의 유람선 타는 관광
보다 더 좋았고, 이런 리조트를 한국인이 경영한다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아열대 지방으로
과일이 풍부해서인지 열대야 과일로 만든 피자 맛도 일품이었다. 저녁식사로 나온 샤브샤브
도 맛있고 관광객을 위한 게이 쇼는 태국에서 본 게이 쇼와 비슷하지만 관광객들 눈을 즐겁
게 한다.
필리핀은 아시안 게임을 1954년에, 인도네시아는 1962년에 개최했고, 우리는 1986년에
개최했다. 1960년대 필리핀은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는데,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여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밀렸다. 요즘은 필리핀 여자들이 한국 남자와 결혼을 많이 해서
우리주변에 다문화 가정이 많다.
우리는 불과 50년 만에 세계가 부러워할 나라로 탈바꿈해 경제원조 자금까지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작년에 235개국에 상품을 수출했고, 세계에서 무역상대국이 가장 많다.
재외동포는 175개국에 726만 명으로 100여 개국에 730여만 명의 유대인들이나 130개
국의 중국계보다 현재로선 지구촌에서 가장 넓게 퍼져 있고, 우리의 위상은 무역 1조
달러에 무역량 세계 8강이다.
이제는 경제대국(經濟大國)답게 개발도상 국가도 돕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위해 복지와
배려 등을 챙기며 모두가 행복하도록 해야겠다. 행복이란 매일 꼭 챙겨 먹어야 하는 한 끼
식사와 같은 것으로 본인의 실천에 따라 행복도 찾아온다.
며칠 전 70대 초반의 할머니가 자판기에서 커피 두 잔을 뽑아서 ‘날씨가 춥지요.’ 하며,
환경 미화원에게 한 잔을 건네는 것을 보았다. 추위에 떨며 청소하다가 커피를 받아 든
환경 미화원은 함박웃음을 지었고, 그 할머니는 반짝 반짝 빛나는 별이 되어 행복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았다.
지난여름에는 버스에서 젊은 승객의 불평에 시달리는 운전기사를 보았다. 그런데 중년
신사가 ‘날씨도 더운데 일 끝나고 막걸리나 한잔하시죠.’라면서 만 원짜리 한 장을 주고
내리는 게 아닌가. 엉겁결에 돈을 받아 든 기사는 어쩔 줄 몰라 했고, 버스 안은 조용해
졌다.
이처럼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분들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밝은 마음을 갖고
사는 분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조금만 신경 쓰고 남을 배려하면 행복을 누리는데, 그동안
외면만하고 살았던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환경 미화원과 운전기사에게 배려하는 분들을 보니 우리 주변이 더욱 밝아지는 것 같다.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를 사랑해주고, 누군가를 기쁘게 해 주면 행복함과 성취감을 얻을
것이다.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은 뒤 깨닫게 되고, 이 깨달음이 모여 인생의 지도를 만들
게 된다.
지금 필리핀은 재난을 당해서 어려움에 처해있다. 6.25전쟁 때 필리핀 군인이 참전하여
우리를 도왔는데 모두 힘을 모아 성금모금으로 은혜에 보답했으면 한다.
믿을 수 있는 친구,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도전적인 일이 있
다면 감사하며 살자. 필리핀을 여행하며 생각나는 것은 지금처럼 무역대국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도전하고 주변의 어려운 나라와 약자들을 위해 배려하며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가을을 보내며 우리 모두 밝은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 내밀어보면
어떨까.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3. 11. 20.)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