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란지계(金蘭之契)
금란지계(金蘭之契)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오래 전, 뉴욕에서 유학을 간 대학 동창을 만나 자유의 여신상과 브로드웨이 등을
구경하고, 9.11테러로 지금은
사라졌지만 쌍둥이 건물 월드트레이드센터(세계무역
센터) 전망대에 올라갔다.
그 친구와 잠을 자면서 대학시절 이야기와
뉴욕생활의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우정을
다졌고 뉴욕 여행도 잘했다. 서울 종로의 31빌딩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물로 유
명세를
펼쳤고, 여의도에 63빌딩이 오픈하기 전까지 명물이었다. 젊은 시절에 31빌
딩과 63빌딩에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회사업무로 자주 갔다.
교사 시절에는 학생들과 63빌딩 지하의 아쿠아리움 수족관과 옥상층의 전망대도 여
러 번 가보았다. 지난 4월 초순, 부천시
신중동역인근에 중학교 모임이 있어 전철을
타고 부지런히 갔다.
퇴근 길 열차 안은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음을 실감했다.
전철에서 내려 65층 리첸시아 빌딩을 찾아가는데 신도시 규모가 얼마나 큰지 서울
강남에 온 착각을 했다.
우리가 모인 장소는 63층의 호텔식 룸(80평)이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야외로 나
가면 콘도나 펜션에서 숙박을 하고 즐겁게
보내는데, 도시중앙 높은 층에서 야경을
보며 숙박을 하고 시간을 보내니 새로운 맛이 난다.
친구들을 만나 따스함을
느끼는 것은 아름다운 우정을 확인하고 좋은 추억도 만
든다. 중년을 넘은 이제는 느긋하게, 따뜻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살아야겠다.
뉴욕
에서 만난 대학동창이나 이번에 만난 중학교 동창들과의 고층건물의 하룻밤은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복잡하고 험한 세상을 살면서 같이 밥을 먹고 대화를 하며 함께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우정이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벗이 있다고 한다. 나를 사랑하는 벗, 잊어
버리는 벗, 미워하는 벗이라는데, 사랑하는 참된 벗이 없다면 안타까운
일이
다.
괴테는 “사람은 누구나 친구의 팔 가운데에 휴식처를 구하고 있다. 그곳에서라면
슬픔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참된 친구는 자유롭게 흉금을
털어놓고, 정당하게 충고하고, 변함없는 우정을 만들어 주기에 좋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 멋진 친구를 두고 조언을 받으면서 산다면, 강함을 알고,
약함도 알고, 소중한 것도 알게 된다.
옛날 속담에 ‘옷은 새 옷이 좋고 사람은 옛사
람이 좋다.’고 한다. 친구는 오랜 기간 사귀고 유지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서로 진심을 터놓고 사귀면 간담상조(肝膽相照)가 되고, 금과 같이 변하지 않으
면서, 난초같이 향기로운 우정의
금란지계(金蘭之契)도 된다. 우리 모두 거슬림
없이 우정을 나누는 막역지우(莫逆之友)를 만들자.
겨울이 길면 봄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봄이 시작되면 노란빛 개나리가 첫인사
를 하고, 이어서 목련이며 벚꽃, 철쭉도 핀다. 산들바람이 잘 어울리는 계절,
미
풍에 한들거리는 나뭇잎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가느다란 햇살 아래 모락
모락 아지랑이도 기지개를 켤 것이다.
벌써 봄이 가고 여름이 보인다. 상큼한 바람과 햇빛에 반짝이는 초록 나뭇잎들이
있는 숲길을 친구와 걸으면서 진심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좋은 우정을 쌓아야겠다.
야외의 펜션이나 콘도가 아닌 도심에서 65층 빌딩 높이만큼 우정을 쌓는 것도
좋은
기회다. 고층 건물의 정원을 거닐다 벤치에 앉아 커피 한잔을 하며 파란 하
늘아래 튤립과 장미꽃, 산들바람, 새들의 지저귐 덕분에
스트레스가 확 날라 간
다.
이렇게 좋은 계절, 친구와 함께 반갑게 손 흔들어 주는 향기 좋은 꽃들을 바라보
면서,
금과 같이 변하지 않고, 난초같이 향기로운 금란지계 우정을 만들며 살고
싶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4. 05. 15.)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