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 발표

기차여행에서 만난 장애인

경산2 2014. 10. 25. 05:56

 

   기차여행에서 만난 장애인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8월 초순, 공무원문학협회의 하계 세미나를 참석하기 위하여 기차를 타려고 서울역에
갔다. 새로 제작하여 투입한 itx새마을열차는 외관도 실내도 산듯하고 고급스러워 너무
좋았다.

일본의 신칸센 열차나 유럽을 여행하며 파리에서 스위스로 가며 기차를 타보았고, 뉴
욕, 도쿄, 런던,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등의 열차들을 이용해 보았지만 우리나라 열차
가 깨끗하며 좋다.

  기차에는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내 옆에 젊은 부부 2팀이 아이들과 웅성
거리면서 자리를 잡았다. 늘씬한 젊은 부부들과 아이들을 보니 나의 며느리들과 손주
들이 생각났다.

그런데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는 들리는데 어른들은 말소리가 안 들리고 웅웅하기에
유심히 보았더니 부부들이 언어장애인이었다. 저렇게 멋진 부부들이 장애인이라니 갑
자기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가족이 여행을 가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가 복지국가임을
느꼈다.

  언어장애인들을 보니 청각장애인 대화가(大畵家) 운보 김기창이 생각난다. 교직에
근무할 때 증평읍에 살면서, 가끔씩 충북 청원군에 있는 ‘운보의 집’에 가서 그림을
감상했다.

운보는 바보산수 풍의 ‘달밤’, 청록산수 풍의 ‘산’, ‘백운도’, ‘청산도’ 등 산수화가 유명
하다. 그는 판화기법으로 그림을 많이 제작하여 장애인 사업을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청각 장애인 중에는 유명한 작곡가 베토벤도 있다. 예술가가 소리를 못 듣고 작곡을
했다는 것은 너무 위대하다.

베토벤이 악성의 칭호를 받게 된 교향곡 5번‘운명’은 청각장애로 아무 것도 들을 수 없
는 시기에 작곡하였다. 사람이 소리를 들을 수 없고, 말로 표현 못한다면, 얼마나 답답
하고 눈물이 날까.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 아기들의 귀여운 웃음소리도 들을 수
없어 정말 괴로울 것이다. 기차에서 만난 젊은 부부 2팀을 보며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
친다.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뤄진다’는 명언처럼 운보나 베토
벤도 머리보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장애를 극복한 훌륭한 대화가 운보나 음악의 성인 베토벤을 보면 정상적인 활동을 하
는 사람들은 항시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야겠다. 언어장애인 부부들과 운보, 베토벤을
생각하다가 기차에서 구입한 도시락을 열었다.

도시락의 오징어와 치킨튀김을 안주로 집에서 가져온 위스키 두 잔을 마시고 나니 여
행의 기쁨이 느껴왔다. 학교에서는 공동연수로 나들이 할 때가 많았지만 퇴직 후는 여
행을 자주 못한다.

여행이란 젊은이들에게는 교육의 일부이며,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경험의 일부로 다
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하계 세미나는 문학의 지식도
얻지만 문인들과 만남을 통한 휴가이다.

휴가는 청춘들에게는 낭만을 꿈꾸고 중년은 감정계좌에 추억을 불입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를 깨닫곤 한다. 기차 여행 중 언어장애인
부부들을 만나고 운보, 베토벤을 생각하니 그들보다 건강함에 감사를 느낀다.

우리 모두 장애인들을 만나면 따스한 말 한마디와 용기를 주고, 건강한 신체에 감사해
하며 삶의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야겠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4. 08. 27.)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