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2 2014. 11. 8. 06:45

 

      월악산 송계계곡에서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여름 작은 아들 제의로 가족여행 겸 여름휴가를 수안보로 갔다. 큰아들부부, 작은
아들부부, 그리고 손주들과 집을 떠나 가족이 함께 낯선 곳에서 같이 잠을 자고, 여행을
함께하면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 좋은 것 같다.

상록호텔에 여장을 풀고 송계계곡으로 갔다. 학교에 근무할 때 동료교사들과 갔던 팔랑
소 휴게소에 자리를 잡았는데, 손주들과 며느리들이 좋아하니 필자도 기분이 좋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냇가에서 물놀이하며 가족이 함께 하니 행복이란 이런 것 아닐까 생각
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에 가져간 과일을 함께 먹으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잠시 가족들을 두고, 아내와 교사시절 공동연수로 갔던 만수계곡에 갔다. 그해 여름
만수계곡의 맑은 물이 너무 좋아서 아내에게 자랑을 했다. 이 계곡은 오염되지 않아서
좋고 자연관찰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는 좋은 학습장이다.

군데군데 폭포에서 줄기차게 흐르는 맑은 물은 더위를 잊게 하고 초록의 나무들과 어
우러져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숙소로 돌아와 온천수에 몸을 맡기고 바쁜 생활에 찌들
었던 몸을 재충전하니 각종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았다.

저녁은 호텔 가든에서 바비큐를 주문하였는데, 인근 물탕공원에서 록그룹이 공연을 하
여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가족 3대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도 좋은 일이다.

큰며느리와 작은 며느리의 협조 덕분에 우리 가족은 가끔씩 나들이를 하니 고마운 일
이다. 긴 인생을 살면서 자식들이 건강하고 직장에 잘 다니고 손주들이 잘 자라니 지
금이 가장 행복한 시기임을 느낀다.

  아들들 어렸을 때 수안보에서 숙식하며 고등학교 동기부부들과 함께 송계계곡과 미
륵불, 문경세재 3관문 등을 간적이 있다. 그 시절은 모두 현직에 근무하며 열심히 살던
시절이었다. 지나고 나면 아쉽고 그립지만 인생이란 이렇게 가끔씩 추억을 먹고 사는
가 보다.

  함께 했던 A는 부인과 사별했고, B는 투병 중이며, C는 대기업 명퇴 후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나서 어렵게 살고 있다. 필자도 3번이나 직업을 바꾸면서 퇴직을 하여, 지금은
4모작(四毛作) 삶을 살면서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을 재능 나눔과 배려, 봉사, 친절 등
으로 실천하고 있다.

요즘 마을학교와 시니어봉사단에서는 글쓰기를, 휴먼라이브러리에서는 인생 상담봉사
로 공헌하고, 대중이 모이는 곳에서는 시낭송회를 통하여 예술봉사도 한다. 인생을 여
행에 비유한다면 평생 짊어지고 가는 짐도 여행길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고단하고 힘겨
울 것이다.

재산이나 물질에 탐하지 말고 가뿐하고, 단출하게, 자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몽근짐
을 지고 가면 가장 멋진 사람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가을,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사다리 삼아서 저 밤하늘에 있는 별들을 보며, 4모작 삶을 더욱 알차게 살려고 설계해
본다.

지난 여름휴가 때 월악산 송계계곡에서 받은 담백한 정기(精氣)를 재능 나눔과 봉사에
다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다. 우리 모두 밝음과 어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살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4. 09. 24.)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