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가는 길
겨울로 가는 길
경산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30여 년 전, 업무 차 미국을 처음 갔을 때 현지에서 만난 미국인이 어떤 승용차를
갖고 있는지 묻기에, 운전면허증은 보여 주었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미국을 여러
번 여행하며 동부나 서부, 중부 그리고 남부 어디를 가도 큰 자동차가 많이 다녔다.
서부의 광활한 땅을 개척하기위해 마차나 말을 타고 달리던 시대가 지나고, 디트
로이트의 포드자동차가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면서부터 미국
은 자동차의 왕국이 되었다.
일본을 20여회 출장과 여행을 하며 느낀 점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데 경차가
많이 운행되고 있다. 대도시는 차고지 증명 때문에 증명서가 필요 없는 경차를 선
호한다고 한다.
파리나 런던, 로마 등 대도시를 여행하며 소형 승용차를 많이 보았다. 그런데 소형
차가 많은 이유가 대도시의 집들이 몇 백 년 되었고, 도로는 마차가 다니던 길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좁은 도로에 주차가 편리한 소형차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40여 년 전, 경부선 고속도로 개통으로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달리게 되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이탈리아의 기술협조로 건설을 했다. 로마군대는 전투에 나가면
도로를 건설하고 지도부터 만들었으며, 그들은 이미 2300년 전 550키로 도로를
만든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 국내 등록대수는 2000만대가 넘는다고 하니 대단하다. 20여 년 전부터 우리도
마이카 붐이 시작되어 여자들도 자동차를 몰고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
행이나 업무 차 이동을 하려면, 버스나 기차, 그리고 승용차를 이용하게 된다.
직장에서나 사업을 하며 스트레스 받을 때 계절에 관계없이 승용차나 버스, 기차를
타고 야외로 나가 바람도 쐬고, 가족을 데리고 여행을 하면 사는 맛이 난다. 우리는
양반 문화와 남을 의식하는 문화 때문에 중형 또는 대형 승용차를 선호함을 보면 아
쉬운 점도 있다.
요즘 같은 겨울, 베란다 창을 바라보면서 달빛에 젖어 따스한 녹차 한잔하며 사색에
잠겨본다. 취업에 허덕이는 대학생이나 직장의 스트레스로 힘들게 보내는 회사원, 자
영업의 부진으로 고민하는 사람들, 지치고 힘들 때일수록 좋은 일이 생기리라는 꿈을
생각하며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였으면 한다.
세상인심이 추워도 최선을 다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어보자. 시베리아 벌판
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마음을 시리게 하지만, 삼국지의 제갈공명은 차가운 북서풍
을 이용해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한다.
혹시 이루지 못한 것 때문에 속상하더라도 너무 애태우지 말자. 세찬 바람이 가슴으
로 찾아와 제갈공명처럼 자신에게 행운이 올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경제적 여유와
사업이 부진하다고 마음 아파하지 말고 새해에는 밝은 꿈을 향해 달려가자.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입증하듯 무엇이 행운이고 무엇이 불행인지는 당장 판단
할 게 아니며 지금의 작은 불행이 때로는 큰 행운으로 변할 수 있다. 살다보면 더 좋
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말고, 가족과 연인과 현재에 만족하며 즐겁게 살면
그게 행복이다.
눈보라치는 매서운 겨울, 문풍지에 떨리는 차가운 바람소리 들릴 때, 고향으로 달
려가 잠 못 드는 엄마소리 듣는 게 정겹고 행복한 삶이며, 이렇게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겨울로 가는 길, 자동차를 몰고 어머니가 차린 된장찌개, 김장김치가 생각나면 고향
으로 달려가자. 지금쯤 노모가 담군 고향집 김칫독에는 반짝반짝 햇빛이 떠드는 소리
에 맞추어 내 입맛에 맞게 김치들이 익어가며 부를 것 같다.
하늘이 맑고 고요한데, 나뭇가지 부딪는 소리를 듣고 보니 어느덧 찾아온 겨울 냄
새에 삶이 덧없음을 깨닫는다.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모르면서, 미움과 분노에 얽매
이며 살지 않았는지 반성해보자.
나쁜 일은 던져버리고, 좋은 일만 기억하고 새해를 시작하자. 겨울로 가는 길, 답답
함이 가득하면 가슴이 시리도록 빚어낸 기쁨과 꿈을 향해 겨울 길을 달려보자.
대구일보 [오피니언] 세상읽기 (2014. 12. 16.)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