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 발표

초대작가(백제문학 2015 가을호)와 정회원(공무원문학 제33호)기고

경산2 2015. 12. 23. 06:28

 

 

 

 

 

  반도네온 탱고 춤을 추자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오래전, 미국남부 올랜도로 출장을 가며 환승을 하는 시애틀에 비행기가 연착하여, 항공사가

제공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숙박하고 목적지로 간적이 있다. 저녁을 먹고 주변을 돌아본 후에

호텔 지하 재즈 바에 갔는데, 그날 특별 공연은 남미출신들의 실내악 탱고 연주였다. 처음으

로 접하는 음악이었지만 무척 흥겨웠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던 밤을 오래 기억나게 한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탱고는 스페인 본국이나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 원주민, 혼혈 가우초,

노예의 후예 등이 함께 살아가며 창조성이 발현된 음악과 춤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

로 등록되어있다.

 

탱고의 대표적인 악기 반도네온(Bandoneon)은 어둡고 무거운 음색이지만, 강렬한 악센트, 열

정적인 눈빛, 관능적인 춤과 함께해야 빛이 난다. 남미에서 탱고는 스페인의 플라멩코와 함께

가장 인상적인 예술로 유명하다.

 

한여름 밤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네온 연주자이자이며 탱고 작곡가 ‘고상지’

밴드의 열정적인 무대를 만났다. 연주곡 중 ‘찰나의 순간’(Por una cabeza)은 아르헨티나 최고

의 인기 배우이자 가수, 작곡가인 까를로스 가르델의 곡으로 영화 <여인의 향기>의 삽입곡으

로 유명하다.

 

이 영화에는 명배우 알파치노가 노년의 원숙한 매력을 선보이며 탱고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

다. 탱고의 황제 가르델은 배우 에비타(에바페론), 축구 영웅 마라도나와 함께 아르헨티나 사

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세 명 중 한사람이다.

 

가르델과 더불어 탱고음악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유명하다. 고상지 밴드는 피아졸라의 ‘리베

르 탱고’(Libertango)와 아버지를 추모하며 쓴 ‘안녕 아빠’(Adios Nonino)라는 명곡들을 연

주하여 청중들을 감격하게 했다.

 

리베르 탱고라는 곡은 가장 유명한 탱고 음악으로 자유라는 스페인어와 탱고가 합쳐져 ‘자유를

위한 노래’라고 한다. 그리고 안녕 아빠라는 곡은 김연아 선수가 소치 올림픽 프리 배경음악으

로 사용하여 우리와 친숙한 음악이기도하다.

 

최근에 본 영화 ‘러브 앤 머시’의 록그룹 ‘비치 보이스’는 전 세계를 열광시켰고 우리에게도 익숙

한 ‘서핑 유에스에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영화에서 리더 ‘브라이언 윌슨’이 병마와 싸우면서도

 ‘펫 사운즈’ 라는 대표 명반을 작곡하는 내용이 나온다.

 

예술가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만든 작품들을 볼 때마다 자기만의 잘 할 수 있는 달란트를 잘 계발

해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이번 공연에서 영화나 TV, 라디오에서 보고 들었던 탱고음악을 직접 해

설을 듣고 감상하니 오래전 시애틀 호텔에서의 재즈 바가 생각난다.

 

요즘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어떤 장르의 예술이라도 적극적으로 도전하여 멋진 작품을 잘 만든

다. 이렇게 자유분방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국가가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뒷받침 한 덕분이다.

 

이번 공연의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피아니스트이자 가수인 최문석, 바이올린으로 탱고음악에

 필요한 특별한 연주를 한 윤종수,  비브라폰이라는 실로폰 종류의 악기로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

끈 이희경 등 연주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반도네온 악기와 밴드들 덕분에 귀와 입이 즐거웠는

데 이들이 세계 최고의 탱고 뮤지션들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