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2 2016. 8. 20. 05:13

 

   금슬상화(琴瑟相和)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오랜만에 설악산과 동해바다로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동해안 해안도로가 좋은 이유는 쪽빛바다,

거대한 파도, 모래밭, 소나무 숲 등 바다를 끼고 달리기 때문이다. 동해바다를 가면 묵호항에서 복어회

와 홍게를 즐겨먹은 것이 기억이 난다. 


이번 여행은 속초가 목적지라 주문진항으로 갔다. 그곳에 가니 홍게와 복어는 철이 지나 나오지 않아

도다리와 생선구이로 식사를 했지만 복어 때문에 아쉬웠다.  복어회를 생각하면 일본이 생각나며, 젊은

시절 일본으로 출장을 자주 갔다. 한번은 업무를 끝내고, 거래처 직원이 저녁식사로 복어회를 추천했다.


큰 접시에 나온 복어회가 백짓장처럼 얇고 대패 밥 같아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복어가 질기기 때문에

얇게 썬다고 하며, 한 점씩 음미하며 먹는 게 좋다고 했다. 한국의 횟집에서는 회를 먹음직스럽게 굵

고 큼직하게 썰어 주는데 일본은 회 종류에 따라 굵기와 크기가 다름을 알게 되었다.

저녁은 작은 아들이 추천한 속초 중앙시장의 아바이 순대골목으로 가서 가장 손님이 많은 식당에 들어

갔다. 그런데 오징어순대는 굵고 먹음직스럽게 나왔지만 아바이순대는 어른 손가락 크기로 가늘게 나

왔다. 아바이순대는 함경도에서 피난 온 분들이 만들어 먹고 팔았는데, 돼지의 대창 속에 찹쌀밥, 선지,

여러 가지 부재료 등의 소를 넣고 쪄내서 먹는다. 그러나 식당을 잘못 간 것인지 대창도 아니고 푸짐하

지도 않았다.

이어서 숙소에서 먹으려고 이 고장에서 유명한 닭 강정을 샀다. 바다가 보이는 리조트에서 아내와 닭 

강정을 와인과 마시니 기분이 참 좋았다. 다음날 여행 후, 오래전 지인들과 맛있게 먹었던 황태국이

생각나서 인제군 용대리 황태마을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편하게 갈려고 미시령고개 길을 선택한 게 잘못이었다. 속초에서 미시령을 넘어 옛날에 갔던

황태마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길이 뚫려 사라졌나하고 근처 큰 음식점에서 황태

해장국을 주문했더니 실망을 했다.


이곳의 황태국이 서울시청 옆의 황태해장국 맛집 보다 훨씬 못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식사를 한 후 주

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며 문의했더니 용대리 황태마을은 진부령 쪽으로 더 가야한다고 한다. 휴게소에

서 커피를 마시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맛 집을 조사하고 프린트를 해야 하는데 준비를 소홀하게 한 게

후회되었다.

한국 속담에 '싫은 매는 맞아도 싫은 음식은 못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맛이 좋으면 '나무칼로 귀를 베

어도 모르겠다.' 는 이야기도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수염이 대 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다. 라는 말

처럼 맛있는 음식은 기분도 좋고 소화도 잘된다. 


요즘 신문이나 TV등 언론매체에서도 맛 집을 많이 소개하고, 파워 블로그라 하여 장사 속으로 올린 SNS

도 많다. 그러나 이번 동해안 여행은 맛 집은 다소 미흡했지만, 아내와 즐겁게 보냈으니 이 보다 더 큰

선물은 없는 것 같다. 


귀머거리 남편과 눈먼 아내가 가장 행복한 부부라고 하듯, 부부가 거문고와 비파의 조화로운 화음처럼

화목한 여행을 했고, 금슬상화(琴瑟相和)를 확인했으니 큰 소득을 얻은 셈이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6.06.16.) 발표

    대구일보 [오피니언] 아침논단 (2016.06.21.)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