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 발표

시인의 사랑- 류시호

경산2 2016. 11. 23. 15:27

 

 

 

 

               시인의 사랑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실시한 ‘시인의 사랑’ 음악회에 갔다. 첫 곡은 젊고 유능한 피아니스트

이효주가 연주곡에 대하여 해설을 하고, 슈베르트가 작곡한 <세레나데>를 연주했다. ‘고요한 밤의 어둠을

뚫고 나의 노래는 그대에게 호소하네.----’ 세레나데는 소야곡(消夜曲)이라고도 하며 밤의 음악으로 연인의

창 밑에서 사랑을 호소하는 연가로서 불리어졌다.


이어서 슈베르트의 <물레 짓는 그레첸>과 <마왕>을 연주했는데, 이 2곡은 시성(詩聖) 괴테의 시를 음악으로

만들었다. 물레 짓는 그레첸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쓴 연가곡으로 피아노의 멜로디가 돋보이며

경쾌했고, 마왕은 덴마크 전설에 바탕을 둔 괴테의 시를 텍스트로 삼은 곡이다. 

 

마왕은 슈베르트 특유의 발라드를 써서 많은 애호를 받는 곡으로 피아노 반주로 말발굽 소리를 내어 긴장감을

주며 효과를 냈다. 마왕은 작곡가 리스트가 편곡하고 연주해서 더욱 유명해졌으며,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게 하는 어려운 곡으로도 유명하다.


독일의 하이네는 유대인 상인가정에서 태어나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는 파리에서 활동했고 사촌인 아말리에와

그녀의 여동생인 테레제에게 실연의 아픔을 겪었다. 이런 가슴 아픈 추억 때문에 ‘시인의 사랑’ 등 수많은 시를

발표했다. 음악가 슈만은 스승의 딸인 클라라와 열렬한 사랑에 빠졌는데 스승 비크가 결혼을 반대했다.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하려고 기다리며 작곡한 <시인의 사랑> 가곡집은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였다. 슈만의

<시인의 사랑>은 피아니스트 이효주가 연주하고, 테너 김세일이 해설을 하며 독일어로 노래하는데 한글자막

가사가 나와서 이해를 도왔다. 그런데 6〈신성한 라인의 물줄기에>, 8<꽃이 안다면>은 귀에 익은 노래였고,

15〈옛이야기 속에서〉는 즐겁고 명랑하게 들렸다.


이처럼 시와 음악이 만나 예술로 승화시키니 관객 모두가 환호하여 필자도 흥분이 되었다. 슈베르트의 생애

는 슬픔과 파탄, 짧은 삶으로 어떤 여성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가난한 청년이었고, 슈만은 스승의 결혼 반대로

두 음악가의 삶은 외롭고 고독했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음악은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


영국 수필가 월터 페이트는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고 했다. 음악에는 모든 아름다움과 조

화로운 요소가 녹아있고 극적인 긴장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음악은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역할과 삶의 풍요로움, 마음의 평안함도 느끼게 해준다.


예술적인 감성을 잘 유지하고 산 사람에게서는 인생의 향기가 우러난다고 한다. 예술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 속에서 더욱 빛나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음악은 ‘비타민 주사약’을 온몸에 투여하는 

효과가 있다. 돈, 권력, 지위, 명예도 중요하지만, 틈틈이 들길을 걷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자.


그리고 가끔씩 밤길을 걸으며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와 슈만의 시인사랑을 노래하는 여유도 갖고, 밤하늘

에 뜬 별들을 바라보며 시집도 읽고, 음악회도 가며, 연극과 영화도 보면서 즐겁게 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6. 09. 20.)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