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를 펴서 얼굴을 가리면 무슨 뜻인지요?

님들 휴일 저녁 잘 보내고 있나요? 저는 어제 산에 가서 과일 깍다가 등산용
칼이 미끄려져서 왼손 중지를 많이 다쳐서 병원에 가서 5바늘이나 꿰멨답니다.
산이나 집에서 안전에 조심들 하세요.

오래전 같이 근무한 여직원이 여행을 대만으로 갔다가 향기나는 부채를 사줘서
해마다 가끔씩 끄집어내서 향도 맡으며 더위 쫏는 시늉도 햇는데 참 좋더군요.

몇년전에는 나두 중국 북경에 여름 휴가를 가서 부채를 많이 사와서 친구들에게
나눠 준 적이 있는데 중국인들은 다양하게 부채를 만들더군요.

서유기의 삼장법사 일행이 불길에 싸인 화염산에 가로막힌 장면은 중국 독자
들에게 특히 인기있으며 손오공이 철선공주에게 생떼를 써 파초선(芭蕉扇)을
빌려 불길을 잡은 후 잇따라 49번을 부채질해, 화염산의 불씨를 완전히 없애
버리고 세찬 비를 뿌렷지요.

중국소설 금병매에서는 바람둥이 서문경은 당시 사천지방에서 생산되던 명품인
’진금 사천부채’ 또는 ’금박 사천부채’를 들고 여성들을 희롱하고, 기녀
이계저는 서문경과 함께 놀면서 소매에서 춘화가 그려져있는 부채인 춘선(春扇)
을 꺼내든답니다.

부채는 더위를 막거나 햇빛을 가리거나 불씨를 지피기 위한 기능적인 용도외에
미술, 노래, 춤 등 여러 예술분야에서 널리 사용됐으며 중국 부채는 순임금이
요임금으로부터 왕위를 선양받은 후 의장용 부채인 오명선(五明扇)을 만들기 시
작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3천년간 옥석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쳐 공예 예술품
으로 발전했지요.

홍콩이나 마카오 지역에서는 부채를 펴서 얼굴의 아래 부분을 가리면 ’나는 당
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뜻이고, 부채 손잡이로 입술을 두드리면 ’키스해 주세요’
부채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 ’나는 당신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는 뜻이
라하니 너무 멋지지요.

이렇게 중국인들의 예술과 삶에 깃든 '부채의 운치' 읽고 느낌이 좋은가요? 북경
에 있는 자금성 하나만 봐도 대국임은 틀림없는데 중국인들 속내는 알기가 어렵
다 합니다.

초복도 지났고 이제 장마까지 물러가면 무척 더울터인데 님들 부채 생각하며 잠시
웃고, 즐거운 저녁 시간 되세요, 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