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국내 해외여행 및 산행 후기

솔뫼성지에서 생각나는 것

경산2 2014. 12. 6. 07:15

 

   솔뫼성지에서 생각나는 것

                                  경산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H 사장, 당진에서 사업을 하니 김대건 신부의 솔뫼성지 안내 좀 해줘요.”  대학 동창
K가 카톡에 메시지를 올렸더니, H가 초대를 해서 지난 10월 초순 친구 5명이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렸다.

주변에 이메일이나 SNS를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모임은 그룹 카톡을 하니 의사결정
을 빨리할 수 있다. 솔뫼성지에 도착하니 H와 전북에서 사업을 하는 J가 와서 기다려 7
명이 경건한 자세로 성지를 둘러보았다.

230여 년 전, 김대건 신부 일가들이 이곳에서 살면서 천주교를 믿었고 여기에서 출생한
김대건 신부는 1846년 서울 한강 새남터에서 순교할 때까지 4명의 순교자가 살았다고
한다.

  그동안 명동 대성당, 절두산성지, 괴산군 연풍순교성지, 하남시 구산마을 김성우 순교
지, 해미읍성 순교지 등을 가보았다. 그리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성당들, 영국의 웨스
트민스터 사원, 터키의 고대유적지 성 바울이 목회를 한 에페소스 등을 다녀왔다.

그런데 김신부의 신앙과 삶의 지표가 싹튼 ‘한국의 베들레헴’이라 불리는 솔뫼성지가 더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고, 지난여름 한국을 방문한 교황도 이곳을 다녀가 더욱 유명해
졌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종교를 갖고, 봉사와 나눔, 배려 등을 하고 있는데,
필자의 어린 시절 고향 마을의 성당 공소가 생각난다. 60년대 성당에서는 외국에서 보
내준 커다란 옷들과 밀가루를 가끔씩 나누어 주었으며, 그 당시 가난한 우리나라에 선
진국에서 나눔과 배려로 보내준 것 같다.

최근에 아파트마다 안 입는 옷들을 내다 놓는 것을 보는데, 이렇게 수거된 옷들은 동
남아나 아프리카로 보내진다니 우리의 60년대가 생각난다. 식사 후, 앞으로 20~30년
을 어떻게 보람되게 살 것인지, 건강관리와 재능 나눔, 그리고 봉사에 대한 대화를 나
누었다.

모두들 대기업에서 산업의 역군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열심히 일했고 이렇게 만날 수
있음에 감사히 생각한다. 길고도 먼 인생길에는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게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겪은 뒤 인생의 지도를 만들 듯이 당진의 솔뫼성지를 방문하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쌓인다.

  우리의 삶은 무엇을 이루었느냐 보다 무엇을 이룰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요즘
필자는 휴먼라이브러리와 마을학교, 서울시 노인정책모니터 위원으로 재능 나눔 봉
사를 하고 있다.

탈무드에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나눔 봉
사로 주변을 훈훈하게 만들면 그 따듯함은 전염되고 그 여운은 오래 남아 주변을 행복
하도록 해줄 것이다.

  만추의 계절, 낙엽이 거리에 지천이고 아직 매달린 나뭇잎들도 가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고 있다. 눈부신 초록을 자랑하던 시절이 그리운지 펄럭펄럭 한참동안
허공을 휘졌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청춘이 어제 같았는데 허공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벌써 중년을 지나고 있
다. 긴 세월을 살면서 돈, 권력, 명예도 중요하지만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은 변하지
말아야겠다.

가을의 풀벌레 소리를 듣고 보니 지난 세월에 대한 향수에 잠긴다. 낙엽 떨어지는 숲길
걸으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리해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4. 10. 30.)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