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문화 마을학교 시낭송

어느 예술가의 귀향 [오피니언] (대구일보 2015.07.30.) / 류시호 시인, 수필가

경산2 2015. 7. 30. 05:58

 

      

               어느 예술가의 귀향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7월초, 유니카코리아(UNICA KOREA, 한국영상예술협회) 산우회에서 경북 예천군으로 여행을 떠났다. 천년 고찰 용문사(龍門寺)와 유학자와 선비의 고장 서원과 유적지들을 둘러보고, 이곳이 고향인 유니카코리아 명예회장인 초당 장찬주 선생의 기념관 집들이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용문사는 신라시대 870년(경문왕 10)에 두운(杜雲)이 절을 창건하였고, 두운이 이 산의 동구에 이르렀을 때 바위 위에서 용이 영접하였다 하여 절 이름을 용문사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 정벌 중 이 절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훗날 천하를 평정하면 이곳에 큰 절을 일으키겠다는 맹세를 하고 왕위에 오른 후 이 절을 중건하였다고 한다.

 

이 절에는 다른 사찰에서는 보기 드문 대장전 중앙 불단의 좌우에 윤장대(輪藏臺)라는 팔각정 모양의 보물 제684호 목공예품이 있다. 이 윤장대는 천 년 전 만들었는데 사찰의 경전을 넣는 책장으로 글을 모르는 불자들이 책장을 돌림으로써 경전을 읽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서양의 그리스도교가 글자를 모르는 신도들을 위하여 교회 벽에 성화를 그려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용문사와 서원, 그리고 유적지들을 둘러보고 초당 장찬주 선생의 기념관 집들이에 참석했다. 초당은 천년 사찰 용문사와 선비의 고장 서원과 유적지를 보며 자라서인지 객지생활을 하면서도 남과 다른 특별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그는 세계무대에서 한국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예술 활동을 하다가 노후를 고향에서 마치겠다고 일생을 정리하는 기념관을 지은 것이다.

 

유니카는 유네스코 국제 영화 TV위원회의 국제영화기구로 예술, 문화, 교육, 과학 분야에서 인류의 평화와 우호증진을 목적으로 1931년 조직되었다. 초당선생은 대학에 근무하며 일찍이 취미생활로 소형영화 제작에 관심을 갖고, 2002년 한국이 유니카에 가입하도록 노력했으며, 유니카 코리아회장을 역임했다. 유니카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 유럽의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세계 아마추어 단편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초당 기념관 집들이에는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위원장과 가곡 ‘비목(碑木)’작사가 한명희 예술원부회장 등과 문학회원들, 지역유지, 학교동문 등 200여명이 참석을 했다. 삶을 마무리할 시기에 중국 동진의 도연명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거래사(歸去來辭)처럼 국제적인 활동과 국내의 활동을 정리하며 고향에 기념관을 짓고 칩거를 한다니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영화예술가로 활동한 자료와 세계인들과 교류한 기념품을 정리해서 지역민과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고 영화도 보여준다고 하니 지방발전을 위하여 좋은 일이다.

 

삶이란 길어야 백년, 그 테두리 안에서 마무리될 터인데 초당 선생이 그동안 국가문화발전을 위하여 노력하였고, 주변에 베풀며 살아온 삶은 우리 모두 본을 받아야 할 것 같다. 그는 이번 행사에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경비를 지원하고 관광과 숙박까지 제공하여 전국에서 온 참석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줄였다. 필자는 이번 여행을 통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느릿느릿 이야기하며 쉬다 가면 그 삶이 얼마나 아름다울까를 생각해보았다. 신중년들은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과 6.25등 긴 세월을 많이 부딪치고 좌절하기도 했다.

 

지금의 아버지 세대들은 모두들 열심히 살았고, 그 덕분에 세계에서 우리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지금의 신중년들은 젊은 시절 세상 어디를 가나 모래사막이었고, 거친 곳에서 열심히 일만 했다. 채근담에 ‘자신에게는 가을의 서리처럼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라(持己秋霜 待人春風)’는 말이 있다. 어느 예술가의 귀향을 지켜보며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인생을 마무리할 시기를 알고 귀향하여 베풀 줄 아는 삶은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다. 우리 모두 내 안에서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혜를 발휘하여 주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자.

                                     대구일보 아침논단 [오피니언] (2015.07.30.)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