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기숙사동문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30여 년 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출장을 갔을 때 만난 미국인과 넓고 풍요로운 남부지방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와인을 마셨다. 필자가 마신 와인은 캘리포니아의 스위트 한 레드와인이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휴대용 와인을 몇 병 산 적이 있다. 유럽을 출장 다니며 영국과 독일, 프랑스에서 비즈니스로 와인을 마셔 보고, 출장동료들과 현지에서 외국 술을 마셔본 후 와인과 위스키, 브랜디, 맥주 등에 대한 책을 몇 권 구입하여 와인의 종류, 예절 등에 대하여 탐독한 적이 있다.
20여 년 전, 대학 동창 부부 6명이 마주앙 모젤의 스위트 한 맛에 많이 마셔 다음 날까지 고생한 적이 있다. 도수가 낮은 와인에 취하면 술이 잘 안 깨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와인의 단점은 취하면 숙취가 심한 술로 가격이 다른 술에 비하여 비싼 편이다. 와인의 장점 중 레드와인 경우, 심장병 예방,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고, 식욕과 소화촉진, 노화방지, 항암작용도 한다.
5년 전,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가이드가 와인에 대하여 강조를 많이 해서 여러 번 마셔보았고, 디저트용으로 아이스 와인을 알게 되어 현지에서 구입 집으로 가져와 가족들과 마셔 본적이 있다. 필자는 그동안 프랑스 레드 와인을 즐겨 마시다가 요즘은 칠레산 G7화이트를 즐기고 있다.
얼마 전 대학시절 기숙사 동문들의 모임이 있어 삼청동 총리공관 근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갔다. 국내최고 신문사 문화부에서 근무하다가 명퇴 후 프랑스에서 와인을 전공하고 대학 강단에서 와인과 음식문화를 가르치는 기숙사 동문 K교수의 와인특강이 있었다. 와인의 역사는 2만 9천 년 전 스페인 동굴에서 포도 씨를 발견했고, 계획적 포도재배는 7천년 소아시아 코카서스 지방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프랑스 와인은 크게 4가지로 최상급 와인, 우수한 품질의 와인, 컨트리 와인이며, 마지막으로 뱅 드 타블(Yin de Table)은 비싸지도 않고 오래 저장하지도 않은 몇 가지 와인을 섞어서 만든다.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함께 최고 수준의 와인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코르크 마개 근처에 ‘핑크색 종이’ 띠가 붙어있는 와인이 최고급으로 투박한 듯 남성적인 감칠맛이 매력이다.
와인을 마시는 순서로 식사 전의 식전 주(Appetizer wine)는 식욕촉진과 위를 자극하는 작용을 하며, 셰리(Sherry, 무감미 화이트 와인), 무감미 샴페인, 무감미 스파클링 와인 등이 있다. 식사 중에 마시는 테이블(Table)와인은 요리와 조화를 고려하면 좋고, 식후에 마시는 디저트(Dessert)와인은 소화와 흡수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기에 비교적 알코올도수가 높다.
이렇게 강의를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니 그동안 잘 한 부분도 있고 고칠 부분도 있었다. 이번 모임에서 이탈리아식 음식으로 주문하여 식사를 하며, K교수의 권유로 식전 와인 1가지, 식사 중에 마신 테이블 와인 2가지, 식후에 마신 디저트와인 1가지 등 모두 4병을 마셨다. 요즘 30 여 년 전 대학의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 선후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이제는 거의 다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 제2의 삶을 사는 동문들이 많은데, 전공이 다른 사람들이 지금은 자기 분야를 소개하며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기에 다음 모임에서는 어떤 특강이 있을지 기다려진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5. 06. 15.)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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