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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과 예술인들-류시호 작가

경산2 2016. 10. 9. 17:03

 우리집 옆 성북동에는 장승업, 조지훈, 운보 김기창, 간송 전형필, 상허 이태준, 만해 한용운, 시인 김광섭,

   최순우, 백석과 김영한 등 문학과 예술인의 삶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성북동과 예술인들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이 시는 성북동에 살던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 이다.

성북동이 한참 개발되던 1960년대, 채석장에 포성이 울려 퍼지며 건축물을 짓기 위해 자연을 훼손했다.


산업화로 자연 환경이 황폐해지고 원래 주민들도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했으며 시인이 바라본 산업화의 현실이

었다. 얼마 전, 성북구청에서 주관하는 ‘성북동 문인, 예술인 역사탐방’에 참석을 했다. 성북동을 여러 번 돌아보

았지만 갈 때 마다 새롭게 보고 듣는 스토리가 많다.


성북동에는 시내 중심지와 가까워 가난한 시인과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다. 문화탐방 일행들과 전철역 입구에서

만나 조지훈 집터에 가니 조 시인의 ‘승무’ 라는 시비(詩碑)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아버지

묘를 수원 화성으로 이장을 하며 융릉으로 승격을 시키고 능을 보호하려고 용주사를 창건했다.


조선은 유교 국가지만 이례적으로 불교 사찰을 건립했고, 절 안에는 사도세자 위패를 봉안하고 스님 2명에게

하루에 6회씩 제를 지내도록 했다. 이슬람교가 하루 5회 기도하는데, 그것보다 더 많게 지냈으니 정조의 마음

을 알만하다. 이렇게 효성이 가득한 용주사를 둘러 본 조지훈은 시 ‘승무’를 지었다 한다.


이어서 조선후기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과 함께 3대 화가였던 오원 장승업 집터에 갔다. 장승업 집터는 성

북 예술창작터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는 천재화가였다. 오원은 가난해서 그림공부 할 형편이 못되어 중국 그림

을 보고 미술 공부를 했으며, 그래서 중국식 그림을 그렸다.


오원은 한자를 몰라서 안중식화가가 그림에 글을 써 주었다. 장승업의 대표작 ‘귀거래도’는 도연명의 귀거래사

8개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성북동을 이야기할 때 빠지면 안 되는 미술가로 ‘운우미술관’의 운보 김기창과

우향 박래현 부부이다. 


 우향 박래현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운보와 결혼을 하여 아내로서, 친구로서, 비서로서, 교사로서 예술의 반

려로서 말을 못하던 그에게 예술을 할 수 있게 이끌어 준 존재다. 운보와 동거 동락해 온 우향의 헌신적인 삶은

멋진 순애보가 아닐까 한다.


필자가 충북 증평읍에 살 때, 청주시 내수읍 ‘운보의 집’을 가끔씩 가면, 넓은 정원과 잘 가꾸어진 나무들을 보면서

운보 예술가를 생각했다. 그는 서울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84년 어머니 고향인 청원군으로 내려와 작품 활동

을 하며 말년을 보냈고 바보 산수화가 유명하다.


그는 성화집 한복 옷을 입은 ‘예수의 생애’와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의 세종대왕 초상화도 그렸다.  또한 판화기법

으로 그림을 많이 제작하여 장애인 사업을 위해 노력했다. 이번 문화탐방은 김광섭, 조지훈, 상허 이태준, 만해 한

용운, 백석과 김영한 등 문인들과 장승업, 운보 김기창, 간송 전형필 등 화가들,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순우 집 등

문학과 예술인의 삶을 찾아 볼 수 있었다.


특히 미술사학자 최순우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고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이라는 예술용어를 만든

 분이다.  성북동의 역사문화탐방을 하며 예술가들의 삶을 느껴보았다. 많은 예술가들이 가난한 삶을 살면서도

재능을 발휘하여 유명해지는 것은 특별한 끼가 있기 때문 같다.


미술이나 문학, 음악 등 아름다운 표현은 독자적인 매력과 가치를 지닌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각자의 감성과 끼

를 잘 살린 것 아닐까 한다.  그림이나 음악 등 예술을 가까이하면 감성을 움직이게 해주고 척박한 인생에 활력을

주는 샘물이 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생활이지만 우리 모두 직접 시를 써 보거나 악기연주, 그리기 등에 참여하여 즐거움을 느껴

보자. 그리고 박물관이나 문화전시회, 고궁, 음악회, 미술관에 자주 들려서 자신의 감성도 살리고 문화 예술을 사랑

하며 살자.

      대구일보 [오피니언] 아침논단 (2016. 08. 19.) 발표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6. 08. 17.)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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