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활동과 세상 이야기

공무원문학 봄호(제38호) 2017년 3월 발행 -/ 류시호

경산2 2017. 3. 18. 16:27




   금란지계(金蘭之契)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교직에 근무할 때, 우리 반 아이들에게 항상 글쓰기와 독서를 우선했다. 방학마다 음악, 체육, 미술,

역사 등 각종 연수를 받았지만 학교에서는 글짓기가 기본이라 글쓰기를 중시했다. 그 덕분에 우리

반 아이들이 교내에서나 대외 글짓기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아 보람을 느꼈다.


런데 주변 여건에 따라 제자들이 체육, 문학, 미술, 음악 등으로 다양하게 진출을 하여 반가웠다.

얼마 전 ‘세잔’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프랑스 남부 시골 엑상프로방스의 작은 학교에서 열두세 살에

만난 두 소년은 화가를 꿈꾸는 폴과 글을 쓰는 에밀로 희망, 좌절, 꿈과 사랑까지 공유했다.


그리고 그들은 유년기에 엑상프로방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서로를 동경하면서 자랐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특성을 잘 파악하여 더 꼼꼼히 지도하거나 안내를 했다면 다방면의 개성

있는 제자들이 배출되었을 것 같았다.

 

세잔과 졸라는 친구로서 든든한 지원군으로, 때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사랑하는 여자보다 더 깊

은 정을 나누는 동반자로, 그리고 평생을 함께하며 성장했다. 두 사람은 청년이 된 후, 파리에서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화가와 작가의 길로 활동했다.


에밀은 영화 ‘박쥐’의 모티브가 된<테레즈 라캥>, <목로주점>등을 출간하면서 작가로 명성을 쌓았

다. 그러나 화가 폴은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에도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현재 세잔의 그림 수

백 점이 전 세계 미술관에 걸려 있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살아생전에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평생 그림을 그렸지만 동시대 활동하던 마네나 모네 등과 달리 말년까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렇지만 미술계에서는 사과 한 알로 회화의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화가 세잔이라 했고, 파블로 피

카소는 ‘모든 화가의 아버지’란 수식어를 붙였으며, 폴 고갱은 ‘세잔의 그림이야말로 내가 가진 보물

이다’고 말했다.


에밀 졸라가 쓴 편지를 보면, ‘나의 벗 폴에게 / 추억을 가진 이들은 행복하니 / 폴, 자네가 나의 청춘

이네/ 돌아보면 내 즐거움과 슬픔 하나하나에/ 자네가 함께하고 있어/ 오직 자네를 위해 이 글을 쓰

네.’ 글에서 묻어나는 두 사람의 우정은 너무나 아름답다.


세상을 살면서 부모나 형제 등 가족도 중요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함께 놀고 공부했던 친구를 평생

우정을 유지하며 산다는 것은 참 어렵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만난 동료들은 세잔과 졸라처럼 강력한 경쟁자가 될 때가 많다.


동료나 남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럴 때 진실을 이해해주는 친구가 곁에 있다면 많은

위로가 될 것이다. 한 평생 살면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 한 두 명을 두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영화에서 세잔과 졸라의 우정을 보면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 같다. 특히 빨리 유명인이 된

졸라가 세잔을 위로하고 이끌어 가는 것은 정말 아름답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감싸 안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해하기보다는

비난하는 것을 더 즐기고 나와 다른 생각을 꼬집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인생을 함께 나눌 진정

한 친구를 얻고자 할 때는 반드시 버려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나는 과거에 이런 사람이었다. 또는 한때 이러저러한 일을 한 사람이다 라며 과시

하는 것은 나쁘다. 진정한 친구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으며, 현재의 대화 속에서 서

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게 아름답다. 

 

나이가 들면 부족한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하고, 본받을 만한 점이 많은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참된 친구는 자유롭게 흉금을 털어놓고, 정당하게 충고하고, 때맞추어 돕고,

끈기 있게 참고, 용감하게 막아주고, 변함없이 우정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어려울 때 친구에게 어려움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하며 휴식처로 생각한다. 노학자

김형석 교수는 인촌 김성수 선생과의 인연을 소개했는데 ‘인촌은 아첨하는 사람, 동료를 비방하는

사람, 편 가르기 하는 사람은 절대로 가까이 두지 않았다.’ 고한다.


우리 모두 내 인격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만들어야겠다. 세잔이

라는 영화를 보면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노력, 평생에 걸친 우정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들을 보면서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해 준 영화다. 우리나라 속담을 보면, 백발이

되도록 사귀었어도 서로 마음을 알지 못하면 새로 사귄 사람이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친구 간에는 마음이 맞아서 서로 거슬리는 일 없이 항상 대화할 수 있는 벗이 좋다. 또한 금과 같

이 변하지 않고 난초같이 향기로운 금란지계(金蘭之契) 우정을 지닌 친구 한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