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 문학관과 두물머리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K 문학회의 ‘황순원 문학관’ 탐방에 초대받아 경기도 양평 에 갔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물
장난을 하고 있는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그러다가 다음날 소녀는
물속에서 건져낸 하얀 조약돌을 건너편에 앉아 구경하던 소년을 향하여 “이 바보” 하며 던졌다. 소녀는
갈밭 사잇길로 달아나고
--그러나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수숫단 속에서 비를 긋고, 소년은 소녀를 업어 물이 불은 개울물을
건네주었다. ---’ 이글은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로 이성에 눈떠가는 사춘기 소년소녀의 아름답고
슬픈 첫사랑의 경험이 서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황순원은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 소설 미학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법으로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휴머니즘의 정신,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에 대한 애정 등을 소재로 한 작가이다. 그래서 양평군에서는 황순
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을 만들었다.
문학관에는 3개의 전시실과 소나기광장에는 노즐을 통해 인공적으로 소나기를 만드는 시설이 있다. 그리
고 징검다리, 섶다리 개울, 수숫단 오솔길 등 소설 소나기의 배경을 재현한 체험장도 있다. 우리는 문학촌
내에 만들어 진 소나기도 맞아 보고, 수숫단에도 들어 가보고, 징검다리도 건너보았고, 소설 속 주인공처럼
소년과 소녀의 감정도 되어 보았다.
이어서 근처의 두물머리 세미원에 갔다.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은 양평군의 공공기관으로 물과 꽃 그리고 역
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환경교육장이다. 세미원에서 배다리(船橋)를 건너면, 이름도 아름다운 두물머리(兩水
里)와 느티나무를 볼 수 있다.
양수리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나루터를 중심으로 느티나무가 유명하며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
고, 시인들도 이곳에서 시상(詩想)이 떠올라 시를 많이 쓴다.
두물머리 강가에는 이른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 옛 영화 속에 얽힌 나루터, 수양버들 등 강가마을 특유의
경관이 유명하다. 이곳에서 팔당댐 쪽으로 가면 정약용의 생가 마현마을이 나온다. 마현마을도 이른 아침 물
안개 때문에 많은 연인들이 찾아온다.
필자도 한 동안 회사 일이나 글쓰기가 잘 안되면 차를 몰고 새벽에 나와서, 마현마을의 물안개를 보면서 마음
을 다독였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생각하면, 순수하고 아름다운 청순한 시절의 사랑을 생각하게 된다.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으로 청춘시절에는 누구나 그런 꿈을 그릴 것이다.
그런데 청춘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열정이며, 열정은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힘이다. 열
정이 없는 사랑은 여름이 없는 것처럼 건조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가슴이 답답할 때는 책을 읽거나 두물머
리와 마현마을 같은 강가에 나가 이른 아침 피어나는 물안개를 보면서, 사색에 잠겨 보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다.
작가 황순원도 글쓰기가 잘 안되면 이곳에서 명상을 하며 작품구상을 했을 것 같다. 우리 모두 신록의 계절 5월
을 보내며 정열로 불타오르던 청춘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새로움에 도전해 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7. 05. 24.)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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