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信島)에는 언제 봄이 올까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지난 2월 중순, 동료교사가 추천한 옹진군 북면의 섬 여행을 갈려고 서울역으로 갔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깔끔한 전철을 처음 탔는데, 기분이 참 좋았고 인천대교를 건너 공항 신도시인 운서역에서 하차
를 했다.
인천공항인근에는 몇 년 전 중학교 친구들과 무의도와 을왕리 해수욕장을 간적이 있고, 근처에는 그
유명한 북한침투 훈련을 하던 실미도가 있다.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신도에 가면, 시도, 모도와
는 연륙교로 연결되어 있으며,
바닷가에 멋진 조각공원과 경치 좋은 곳에 드라마 촬영지가 3곳이나 있다. 이 섬들은 옛날에 살던
고향에 온 느낌이고, 교통이 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온다. 특히 수도권에서 전철타고, 버스타고
배를 타는 낭만이 있기에 좋은 여행지인 것 같다.
건너편에 큰 섬 강화도가 보이지만, 큰 섬은 육지와 같은 느낌을 주고 이 섬은 섬다운 작은 섬이다. 이
곳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 주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강화도 중간의 바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삼형제 섬이다.
이 섬들을 넘나드는 길은 해변과 야산을 굽이돌며 30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진다. 휴가철 인파로 북적
이는 섬의 모습과 달리 고요한 풍경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꽤 괜찮다. 싸늘한 바람이 뺨을 스치며
지나가고 가슴을 파고드는 해풍이 더없이 상쾌하게 다가오고, 섬을 일주하는 방법은 걷기, 자전거, 공
영버스 등 다양하다.
밀물 시간이 되면 헤엄치기와 갯바위에 앉아 망둥어, 우럭 낚시를 하고, 물이 빠지면 갯벌에 나가 진
흙 팩하기와 바지락과 동죽 캐기 등 다양한 바다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 섬은 잘 꾸며진 것보다 자
연그대로 유지하고 있기에 더 좋아 보인다.
유난스레 춥고 길었던 겨울이 가고 있다. 우수와 경칩도 지났지만 꽃샘추위라며 아직도 몇 번은 변덕스
러운 시샘을 겪어야 하겠지만, 절기의 흐름은 사람의 일과 달리 속일 수도 이길 수도 없다. 이제 곧 해풍
맞은 풀꽃들은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깔깔거리며 향기 한 움큼을 코끝에 뿌려 줄 것 같다.
봄은 남쪽 바다부터 온다는데 서해바다 북쪽 옹진군 북면의 섬에도 봄이 오는 것 같다. 우리 모두 교통
이 편리하며 꾸미지 않고 자연그대로 보존하는 3형제 섬에서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걷기를 해보자.
그리고 갯벌에 나가 진흙 팩하기와 바지락 캐기, 갯바위에서 낚시도 하며 자연을 즐기자.
간절히 바라며 기다렸던 우리에겐 더욱 반갑게 다가오는 새로운 계절, 옹송그렸던 어깨를 펴니 가슴이
뛴다. 쓰라린 겨울 없이 화사한 봄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 다시, 봄의 시작인데 봄은 인생의 참 의미를
느끼게 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값진 계절이 아닐까 한다.
앙상한 가지에서 연두색 잎이 생기고, 잎이 무성해지며 초록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깨닫는 것도 진정한
자연공부라고 생각이 든다. 봄을 맞이하는 나무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잎과 꽃, 열매로 바뀌어갈 터인데,
봄 향기 따라 꽃신 신고 오시는 님께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가고 싶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처럼 마음을 흔드는 사람이 있다면, 진심을 가득 담은 마음을 전하며 서해바다 신도
(信島)에서 봄을 맞이하고 싶다.
중부매일 칼럼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2. 03. 16.)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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