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용두산(龍頭山) 공원과 태종대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동생들과 부산으로 여행을 가면서 먼저 용두산 공원에 갔다. 이곳을 가면 오래전에 친구 K가
즐겨 부르던 ‘용두산아 용두산아 너만은 변치 말자/ 한 발 올려 맹세하고 두 발 디뎌 언약하던/ 한 계단
두 계단 일백구십사 계단에----나만 혼자 쓸쓸히도 ----/ 아 못 잊어 운다’ 는 고봉산 작곡 용두산 엘
레지가 생각난다.
용두산이라는 이름은 일본인들이 바다에서 올라오는 용을 닮았다 하여 불렀던 이름으로 추정한다. 이
곳에는 8.15 광복 이전에 일본식 신사가 있었다. 지금은 이순신 장군 동상, 꽃시계, 시민의 종, 산책로,
전통 담 정원, 벽천폭포 등이 있다.
용두산 공원의 백미는 용두산 공원 꽃시계로 전국에 설치된 꽃시계 중 유일하게 초침이 있는 시계로 기
념사진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아내와 동생들과 공원을 둘러보고 부산타워에 올라갔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자갈치 시장으로 갔다.
부산으로 여행을 오면 꼭 들리지만 자갈치 시장은 언제나 가도 즐겁다. 자갈치 시장의 이름의 유래는 한
국 전쟁 이후 자갈밭에 있었던 시장이기에 자갈밭과 곳, 장소를 나타내는 처(處)가 경상도 사투리로 치
가 되어 자갈치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상인들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며, 전어 회와 바다 장어구이를 주문하여 형제들과 맛있게 먹었다. 이어서
부산의 명물 영도다리를 건너 오랜만에 태종대로 갔다. 태종대는 깎아 세운 듯한 절벽으로 신라시대 태
종 무열왕이 영도의 절경에 도취되어 쉬어갔다고 하여 태종대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고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이곳에는 등대와 자살바위, 신선바위, 망부석, 아
치섬, 태종대의 해안절벽, 해송 숲 등 천혜의 절경들이 진면목을 나타내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곳 풍경은 여러 해전에 다녀온 이탈리아 나폴리만에 있는 카프리 섬을 연상케 할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이루고 있다.
유람선이 조금 멀리 나가니 오륙도가 가깝게 보였고, 지난봄에 다녀온 일본 쓰시마 섬이 보이는 듯했다.
태종대 전망대 아래 넓적한 바위는 한때 자살바위로 불렸는데, 매년 30명 이상이 이곳에서 바다로 목숨
을 버렸다.
그런데 40여 년 전 부산시장의 의뢰로 전뢰진 조각가가 높이 2m, 너비 1m에 이르는 ‘모자상’을 설치 한
후 자살률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곰곰이 옛날을 뒤돌아보았다. 어려운 시절 서울로
유학 간 오빠를 위해 여동생들이 고향에서 열심히 뒷바라지를 한 게 고맙기만 하다.
송나라의 도학자 장자는 ‘형제는 손발과 같고 부부는 옷과 같다. 옷은 다른 것으로 바꾸어 입을 수 있으나
손발은 한 번 끊기면 다시 붙일 수 없다.’고 했다. 죽는 날까지 얼굴 자주보고 형제간에 우애를 지속하며,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형을 공경해야 평화롭다는 형우제공(兄友弟恭)을 생각해보았다.
하얀 뭉게구름 핀 파란 하늘을 바라보니, 은빛날개 파닥이며 여유롭게 날라 다니는 고추잠자리와 여러 빛
깔로 채색된 코스모스가 가을이 왔다고 인사를 한다. 가을의 풀벌레 노래 소리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사
다리 삼아서 밤하늘을 바라보노라면, 지난 세월에 대한 향수에 잠겨 그리움이 묻어난다.
가끔씩 형제들과 여행을 하며 추억도 쌓고, 이제는 쫓기듯 살지 말고 희망을 가슴에 품고 여유롭게 살아야
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P.S. 이글은 3000자를 지면관계상 1700자로 올리고, 여인의 향기 르노아르 원
고는 생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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