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문화 마을학교 시낭송

(시) 봄비 속 환영(幻影) / 류시호 작가

경산2 2020. 2. 28. 15:18

 

 

 봄비 속 환영(幻影)

               경산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가슴 깊이 스며드는

피로와 함께

하루를 끝내는 방송국의 시그널 뮤직

봄비 내리는 불암산 자락에서

베란다 창을 열고

낙조(落照)의 찬 내움을 맡으며

목쉰 연가(戀歌)를 외치고

말없이 서있다.

 

저 바람 소리 앞에

강 건너 고향을 아쉬워하며

집념에 몸부림치는 허탈한 웃음

어느 날인가 돌아가리라는 기대와

눈 내리던 그날의 언약에

미립자 같은 희망을 걸고

봄비를 맞으며 서있다.

 

노도같이 엄습해 오는 피곤 속에

어머니의 팔베개 같은 향수에 젖어도

하마 날 부르는 종소리 들릴까 하여

먼 데 귀를 모우지만

텅 빈 아파트 뜰악에는

바람만이 꽃잎을 몰아가고

오늘도 누구를 위하여

저렇게 서있어야 하는가.

 

  괴산증평교육청 계간지 제13호(2004.6.11)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