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속 환영(幻影)
경산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가슴 깊이 스며드는
피로와 함께
하루를 끝내는 방송국의 시그널 뮤직
봄비 내리는 불암산 자락에서
베란다 창을 열고
낙조(落照)의 찬 내움을 맡으며
목쉰 연가(戀歌)를 외치고
말없이 서있다.
저 바람 소리 앞에
강 건너 고향을 아쉬워하며
집념에 몸부림치는 허탈한 웃음
어느 날인가 돌아가리라는 기대와
눈 내리던 그날의 언약에
미립자 같은 희망을 걸고
봄비를 맞으며 서있다.
노도같이 엄습해 오는 피곤 속에
어머니의 팔베개 같은 향수에 젖어도
하마 날 부르는 종소리 들릴까 하여
먼 데 귀를 모우지만
텅 빈 아파트 뜰악에는
바람만이 꽃잎을 몰아가고
오늘도 누구를 위하여
저렇게 서있어야 하는가.
괴산증평교육청 계간지 제13호(2004.6.11)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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