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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여행과 상경여빈(相敬如賓)

경산2 2013. 10. 3. 19:54

      남해여행과 상경여빈(相敬如賓)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6월 중순, 고교동기 6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부부동반으로 경남 남해로 여행을 갔다.
남해는 몇 번 갔지만 친구들과 함께는 처음이라 마음을 설레게 했고 점심을 먹기 위하여
삼천포 어시장에 내렸다.

필자가 “이곳은 싱싱하고 맛있는 횟감이 많이 들어오니 즐겁게 먹자.”라고 했다. 삼천포
는 여러 번 방문 한 적이 있고 어느 해 늦은 여름 이곳에서 먹은 전어 회 맛은 오래오래
기억되고 그곳에서 구입한 말린 돔은 맛이 일품이었다.

  남해로 가기 위해서는 남해대교와 창선·삼천포대교 늑도와 초양섬 모개섬 등 3개의 섬을
연결한 5개의 아름다운 연륙교가 있다. 이 섬에는 조선 태조가 산 전체를 비단으로 입히
려고 했다는 금산과 보리암, 상주 은모래 해변,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였던 노도와 물빛이
너무도 고운 앵강만, 지족해협의 원시어업으로 멸치를 잡는 죽방렴 등이 관광객들의 발걸
음을 멈추게 한다.

  증평읍의 학교에 근무할 때, 교사들 공동연수로 보리암에 올라 쪽빛 바다와 멋진 어촌풍
경을 감상한 적이 있으며 이번에 다시 방문을 했다.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는 보리암은
전국 3대 기도 도량으로 유명하고, 금산서 일출을 보면 천지신명의 조화를 보는 것 같은
절경이다.

  이어서 7여 년 전부터 조성하였다는 남해 원예예술촌을 처음으로 가보았다. 한국손바
닥정원연구회의 원예전문가들 중심으로 20여명의 원예인들이 집과 정원을 예술작품처럼
꾸민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탤런트 박원숙 집과 맹호림 부부가 살고 있고, 핀란드풍 필란디아 스파정원,
뉴질랜드풍 라일락하우스 토피어리정원, 스페인풍 조각공원, 네덜란드풍 풍차정원, 프랑
스풍 풀꽃지붕 등의 아름다운 정원에 마음을 빼앗겼다.

  바로 인근에는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근무하던 분들이 국내에 정착한 독일마을이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두 개의 마을과 해안선이 호수처럼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자리를
잡아서 방문객이 많다.
 
  푸른 남해바다와 보리암, 원예예술촌 그리고 삼천포어항을 40여년 지기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함께 여행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죽마고우들이지만 가정이 화목해야 모임에도
나오고 여행도 할 수 있다. 가정은 삶의 안식처요 마음의 보금자리이다. 가정이란 따뜻한
바람이 불고 화목한 향기가 감돌며 행복한 샘이 솟는 사람들의 안식처이다.

  원예예술촌의 아담한 집과 정원을 보니 그곳에 사는 분들이 행복해보였다. 집이란 대리
석으로 된 방바닥과 금을 칠한 벽만 좋은 집이 아니다. 누추하지만 사랑이 깃들고 우애가
넘치는 곳이 더 행복한 집이다.

탈무드에는 ‘부부가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칼날만한 침대에 누워도 편히 잘 수 있고, 서로
미워하면 폭넓은 침대라도 불편하다.’라고 했다. 부부란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며 인내하
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다시 느꼈다.

  밤길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을 보며 생각에 젖어본다. 아내는 눈으로 택하지 말고 귀
로 선택하라는 말이 생각난다. ‘귀머거리 남편과 눈먼 아내가 가장 행복한 부부다.’ 라는
덴마크 속담처럼, 얼굴 보다 마음을 보며 서로의 흉은 묻어두고 좋은 이야기만 하면서
살아야겠다.

아름다운 원예예술촌과 보리암 그리고 남해 바닷가를 보면서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
었다.  화목한 가정을 위하여, 부부간에 서로 사랑하는 어수지친(魚水之親), 원앙처럼 금
실이 좋은 원앙지계(鴛鴦之契) 그리고 서로 공경하며 손님을 대하듯 상경여빈(相敬如賓)
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짐해본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3. 08. 14.)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