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브러리와 음악회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12월 중순,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와 현악 앙상블 ‘조
이 오브 스트링스’(Joy of Strings)의 아름다운 공연을 보았다. 이번 공연은 필자처럼
휴먼라이브러리(Human Library)에서 휴먼 북(사람책)이 되어, 재능 나눔 활동을 하
는 분들에게 소통과 공감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해를 마무리 하기위해 초대해준 음악
회였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전문적인 직업에 종사하던 분들이 휴먼 북이 되어 지식과 경험을
상담을 통하여 진로선택이나 고민 상담 등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휴먼북은 덴마크 출
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아베르겔이 2000년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선을 보인 뒤 ‘리빙
라이브러리’(Living Library)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 신개념의 소통 도서
관이다.
국내에서는 노원구가 2013년에 처음으로 휴먼 북을 등록하여 개관하였다. 진로가
불확실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청소년, 청년층 등의 멘토가 되어
멘티(독자)들에게 나눔, 소통, 공감을 하는 마을공통체로 지금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원 휴먼라이브러리에는 언론·작가·교사·스포츠·문화·예술·정치·건강·주부 등 300여명
의 휴먼 북이 등록돼 있고 휴먼 북 멘티는 멘토에게 대출되어 자녀와의 벽, 부모와의
벽, 친구와의 벽, 이웃과의 벽을 허물고 편견과 소통을 통해 치유토록 돕고 있다.
휴먼라이브러리의 멘토와 멘티들을 위한 첫 연주는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D장조
였고 이어서 그리그의 홀베르그 시대(Holberg Suite op.40), 그리고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과 겨울이었다.
2부에서는 딱딱함을 벗어나 비틀즈의 예스터데이, 오블라디 오블라다가 연주되니 관객
들이 너무 좋아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캐럴 중 노엘, 울면 안 돼, 징글벨,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을 들려주니 객석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수준 높은 앙상블을 자랑하는 한국 정상의 연주단체 조이 오브 스트링스는 1997년,
이성주 교수가 창단한 현악 앙상블이다. 이성주 예술 감독의 깊이 있는 음악적 경험
과 열정을 자양분으로 16년에 걸친 무대경험을 통해 탄탄한 팀워크를 쌓았으며, 넘치
는 활기는 현악 앙상블만이 보여주는 특별한 에너지의 비결을 보여주었다.
예술이 삶의 일부가 되면 주변의 어려운 일이 생겨도 비발디의 선율로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다. 밝고 아기자기한 모차르트 음악은 고통스러운 삶을 자연스럽게 치유해준다.
음악은 정신의 물일뿐만 아니라 귀로 마시는 황홀한 생명수로 영혼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
세상을 살면서 어려운 일이 생겨도 절대 포기하지말자. 세계대전으로부터 영국을 구
한 윈스턴 처칠 경은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절대로!’라 말했다. 우리
에게 어려움이 생겼을 때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젊음과 도전정신을 삶의 에너지로 삼
고 현실의 벽을 헤쳐 나아가야 하며, 음악이 스트레스 해소와 용기를 주듯 휴먼 북의
멘토를 활용하면 큰 힘이 될 것이다.
누구나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휴먼 북이 되어 재능 나눔을 하면 대출한 분의 인생
행로에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필자가 휴먼 북으로 대출되어 상담을 했더니 멘티가 된
분이 행복해했고 나도 보람을 느꼈다.
각 지역 마다 평생학습관이나 복지관 등에서 휴먼 북이 되어 봉사 차원의 재능 나눔을
하면 지역 전체의 지적, 문화적 수준도 높아질 것 같다. 우리 모두 남보다 앞서 체험한
이야기들을 자기만의 생생한 목소리로 삶의 한 토막을 나누며 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4. 01. 15.)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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