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활동과 세상 이야기

돈가스와 100년의 고독

경산2 2014. 3. 29. 07:50

   돈가스와 100년의 고독     

                                   경 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대학을 다닐 때,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돈가스나 카레라이스를 주문하고 생맥주 한
잔을 하면 가장 멋진 날이었다. 그 때는 돈가스나 카레라이스가 일본 음식인 줄 몰
랐다.

오래 전, 유럽으로 출장을 가며 중국의 모택동이 외국 귀빈 접대용으로 사용한 명주
(名酒)마오타이를 사서 마셔보니 향이 좋았다. 일본은 천무천황 서기 675년부터 약
1천2백년간 불교의 영향으로 고기를 먹지 못하는 정책을 폈다.

오랫동안 육식을 금기하다가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며, 고기를 먹
으라는 정책을 폈지만 일반 시민들이 육식을 거부하였다고 한다. 육식권장을 하며
타협한 음식이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튀긴 ‘돈가스’(豚-とんかつ)로 서양의
커틀릿에 이야기를 입혔다.

  청나라 서태후 시절 원세개 휘하의 리홍장이 1842년 8월 아편전쟁의 종결을 위하여
영국과 체결한 난징조약에서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리홍장
은 중국인들은 9자가 들어간 것을 좋아하니 계약기간을 99년으로 하자며 성사시켰다.

세월이 흘러 영국은 홍콩을 반환했고 중국은 99년간 빌려주며 가슴 아팠는데 99년에
1년을 더해서 만들 술이 ‘100년의 고독’이다. 이처럼 기존 술에 스토리를 붙여서 명주
(名酒)를 만들었다. 

  한국의 비빔밥은 1920년대 도시에서 외식업이 생겨나며 널리 퍼졌고,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빨리 만들 수 있는 장점 덕에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다. 비빔밥에 양념으
로 고추장이 쓰인 이유는 고명인 쇠고기의 비린 맛을 줄이고 살균 효과가 있기 때문
이다.

비빔밥은 외국인들도 건강식으로 좋아해서 국제선 여객기의 기내식으로도 나온다.
옛날부터 소는 짐을 운반하고 땅을 갈아 곡식을 심을 때 도왔고, 불교영향 때문 쇠
고기를 안 먹다가 원나라의 지배를 받으면서 고려 때부터 먹었다.

삼겹살은 조선 후기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 화롯불에 구워 먹는 조리법이 나온다.
서양인들은 삼겹살을 베이컨으로 먹지만 장사 수완이 좋은 개성 사람들이 돼지고
기의 인기 없는 비계를 맛있는 살코기로 둔갑시켰는데 그것이 바로 삼겹살구이이
다.

이처럼 우리는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구워먹은 역사도 길고 재미있는 내용도 있으니
음식과 연결하면 좋은 상품이 될 것 같다. 쌈 문화의 근본은 우리나라로 고려 사람
은 생나물로 밥을 싸 먹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고려시대 식품에는 맛좋은 생채가 있고 향
기로운 채소들은 수입도 한다.”고 했다. 1천 년 전부터 쌈을 먹은 우리나라 사람들
은 고기에 싸서 먹는 방법을 일찍이 알았다. 쌈 문화에 이야기를 입혀 음식을 개발
하고 국내나 해외에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

  연속극 ‘대장금’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음식이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
다. 일본의 돈가스, 중국의 100년 고독의 술처럼 비빔밥, 불고기, 쌈, 삼겹살, 김치
에 고려청자, 조선백자, 경주법주, 문배주, 안동소주 등의 스토리를 입혀 세계인에
게 사랑받는 음식으로 개발되길 고대해 본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 등에서 한국식 치킨이 인기를 끌고, 날씬해지자며
빼빼로 데이, 짜장면 먹자는 블랙 데이 등 재치 있는 이야기를 입혔다. 5천년 우리
나라 역사 중에 다양한 스토리를 붙여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음식과 공산품을 만들
어야겠다.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어느 풀이 강한지 진정으로 드러난다고 한다. 실패란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모두 세계시장을 향
하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음식과 공산품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히고 창의적 사
고로 도전하며 살아야겠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4. 02. 14.) 발표